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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캔버스에 담은 '자연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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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국립현대미술관서 작품전




자연은 시시각각 변한다. 해가 환하게 미소 짓다가도 금방 심술궂은 먹구름이 온 세상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때때로 굵은 빗줄기를 대지에 쏟아 붓는다. 나무와 들풀도 바람에 몸을 파르르 떨며 잠시도 똑같은 몸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양 화가들은 하나하나의 정지된 순간을 고정된 시점으로 포착할 뿐이다.

생존 작가 중 세계 최고 명성을 누리고 있는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런 게 불만스러웠다. 그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려면 이런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런던 테이트미술관과 교류전으로 내년 2월까지 전시하는 대작 ‘데이비드 호크니:워터 근처의 나무들’은 이런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작품 중 하나다.

영국 요크셔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는 런던 왕립미술학교 재학 시절 일찌감치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한창 때 30여년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냈다. 그는 그곳에서 접한 현대 미국인의 삶과 풍광을 팝아트적 감각으로 그려 인기를 모았지만 40대 이후 관심의 대상을 도시에서 자연으로 점차 옮겨갔다.

이런 화풍의 변화는 자연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므로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여러 개의 시점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중국 회화원리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멀티 캔버스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서양화에서는 낯선 선의 맛을 중시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워터 근처의 나무들’에는 이런 동양적 회화 원리가 자리하고 있다. 작가가 고향인 요크셔에 돌아와 그린 이 작품은 높이 4.5m, 가로 12m의 대작이다. 50개의 캔버스는 하나의 풍경을 포착했지만 각각의 캔버스는 서로 다른 순간을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객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수십 개 또는 그 이상의 브래드퍼드 풍경을 감상하게 되는 셈이다.(02)2188-60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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