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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허약한 인도…예고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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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흥국을 가다

GDP의 16% 불과



인도의 델리 로히니 거리에 있는 가전제품 양판점 ‘사감(Sargam) 일렉트로닉스’. 지난 3일에 만난 디팍 반살 사장은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작년 8월과 비교해 올해는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주요 부품을 수입하는 전자회사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까지 올리면서 매장을 찾는 발길이 끊겼다”고 했다.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원유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의 물가가 불안하다. 쌀, 양파 등 농산물 가격과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중산층·서민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지고 있다.

인도 경제의 침체를 몰고온 루피화 가치 급락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과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 심화에 따른 대규모 해외 자본 이탈이다. 그 저변에는 취약한 제조업 기반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관료의 부패와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2년 수입 규모가 수출액의 1.5배에 달하는 것은 수출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인도에서 근무 중인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과 수출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루피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2008년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라구람 라잔이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한 뒤 환율 불안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델리·뭄바이·푸네=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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