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그림을 그린 지 딱 10년이 됐네요. 어렵기 짝이 없는 ‘머리로 그린 미술’에 지친 사람들에게 ‘손으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첨단 기계로 뭐든 척척 찍어내는 디지털 시대에 도전해보려는 뜻도 담겨있고요.”
나무판에 사과를 극사실적으로 그리는 인기 작가 윤병락 씨(44).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그는 “사과를 사진처럼 정교하게 묘사하는 것은 생생한 색채와 사실적 질감을 통해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의 세계를 잡아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재학시절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해 두각을 나타낸 윤씨는 ‘사과화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과 그림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의 그림은 일반 그림보다 수십배 노동집약적 극사실주의 작업인 데다 현대인의 모방 본능을 사과에 표현하는 독창성 때문에 국내외 아트페어에 출품하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2008년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3.5m 크기 작품 ‘가을 향기’가 추정가보다 네 배 높은 48만7500홍콩달러(약 6800만원)에 낙찰됐다.
원근법 등의 조형법칙에 따라 사과를 배치한 화면은 사진보다 정교하면서 서정적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제 그림에서 사과는 대상을 통한 자기 인식의 극명한 존재감을 상징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 그대로 표현하려는 의지라고 할까요.”
그림 대상인 사과와 자신의 관계를 통해 실존적 존재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일종의 ‘회화적 기록’이란 얘기다.
1970년대 말 미국 하이퍼리얼리즘을 흡수해 독창적 극사실 화법의 경지를 일군 작가는 “고향 경북 영주에서 자란 기억과 농사의 소중함에서 예술의 원천을 뽑아낸다”고 했다.
“포도 농사를 하는 부모님의 소중한 땀방울을 보며 자랐어요. 곡식은 농부가 땅 이란 캔버스에서 쉬지 않고 삽질을 해야 잘 영글듯이 예술 역시 ‘영혼의 지문 같은 손맛’으로 쉼 없이 노력해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것 같아요.”
윤씨는 “작업실에서 편하게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작품을 예정된 시간에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채 산다”고 말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1.5m 크기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린다.
나무판 위에 두꺼운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유화물감으로 두세 차례 덧칠한다. 작업실에서 사과를 깎기도 하고 궤짝을 옆으로 쏟기도 하면서 다양한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림도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의 작품엔 한국경제신문이 빠지지 않는다. 사과를 감싸고 있는 신문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이 오버랩되면서 정보의 신성함을 전해준다.
“신문은 고급 시사 정보는 물론이고 사실성이 노출된 매체입니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은 정확하고 비전을 보여주는 기사가 많아 작품에 자주 활용합니다.”
‘가을 향기’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윤씨의 최근작 사과 그림 28점을 만날 수 있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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