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rg - 이승현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레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레고의 2007~2012년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22%로 경쟁사인 마텔의 1.5%, 하스브로의 1.3%를 압도했다. 2012년 매출은 42억달러를 기록, 마텔에 이은 세계 2위의 완구업체로 도약했다. 레고의 성장세는 저성장이 장기화된 장난감·완구산업에서 홀로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뼈아픈 실패가 레고 성장의 밑거름이다. 1932년 덴마크 빌룬의 작은 목재완구 제조업체로 시작된 레고는 1958년 블록을 특허로 등록한 이후 생산이 판매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수십여년간 지속됐던 레고의 성장세는 1990년대 비디오게임 확산과 출산율 저하 등으로 완구산업이 격변기를 맞으며 정체되기 시작했다. 레고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확장’이라고 판단하고 사업 영역과 제품군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단기적으로 레고 매출은 상승하는 듯 보였지만 2002년 매출이 급락했고, 2003~200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2004년 10월, 레고 이사회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고, 레고의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첫째, 사업구조 측면에서 무리한 확장주의적 다각화에서 벗어나 레고의 핵심사업인 ‘블록’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비핵심사업은 정리했다. 적자가 지속되던 레고랜드의 지분을 매각하고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아동복, 시계, 출판 등의 사업은 라이선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블록’이라는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둘째, 제품 측면에선 레고의 전통적 재미인 ‘조립’ 을 다시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또 ‘4주니어’ ‘레고 아키텍처’ 등 청소년과 성인이라는 신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을 출시해 저변을 확대했다. 셋째, 공급망 부문에서 1만4000여개까지 급증한 블록 종류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범용성을 높여 생산 및 재고관리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1만1000여곳에 달하던 거래업체를 20% 수준으로 줄이고 물류거점 통합, 프로세스 개선 등을 추진해 공급망 전반의 복잡성을 최소화했다.
넷째, 연구·개발(R&D)을 활성화했다. 세계 수많은 레고팬을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제품 개발과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LEGO CUUSOO’ 등 참여의 장(場)을 마련했다. 레고 앰배서더 제도 등을 도입, 성인 레고팬들과의 교류채널을 늘리고 공동 활동을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레고는 고객과 제품의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창립 후 80여년간 레고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시대에 맞춰 전략을 변화시키되 블록업체라는 핵심 가치에 있어서는 타협을 허용하지 않던 것이 시대를 뛰어넘는 레고 경쟁력의 근원이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고민 중인 기업들은 레고의 사례를 거울삼아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고 확장할 영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승현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aerios@sams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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