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 심경 토로
팬오션 매각 불발되면서 채권단과 갈등
"STX 살리고 싶을 뿐 경영권 집착 아니다"
이미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STX그룹만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비웠기 때문일까. 4일 밤 어둠이 깔린 퇴근길에 마주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자금이 돌아 경영이 정상화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야 임직원, 협력업체, 고객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채권단도 채권을 원활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경영 책임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경영 실패가 중국 다롄조선소 건설이었다고도 털어놨다. 자신에 대한 채권단의 퇴진 요구가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섭섭하고 억울하다는 심정을 거듭 밝혔다.
▷채권단의 퇴진 요구는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나.
“사전에 별다른 언질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지난 5월 ‘무조건적으로 오너를 배제하는 것은 경영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장 강도가 약한 구조조정 절차인 자율협약을 선택한 것은 당연히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가지 않고 구조조정에 최대한 협조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갑작스러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인가.
“정상화와 경영 참여는 별개 문제다. 경영 참여는 채권단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다. 지금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는 것 말고 집착할 게 뭐가 있겠는가. 다만 구조조정에 최대한 협조했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결정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7월31일 맺은 STX조선해양 자율협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물러나라고 하니 누구인들 섭섭하지 않겠는가.”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과 만나 경영 참여 등의 문제를 협의하지 못했나.
“최근 홍 회장을 만난 적은 없다.”(STX 측은 그동안 몇 차례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제대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갈등을 빚게 된 배경은.
“자율협약이든 워크아웃이든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채권단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팬오션의 비공개 및 공개 매각이 불발로 끝나면서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빚어졌고 불신이 생긴 것 같다. 채권단에서는 우리가 너무 비싼 가격을 불러 딜이 깨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좋은 값에 회사를 처분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러 매각을 지연시키려는 건 아니었다.”
▷오는 9일 이사회와 27일 주총에서 STX조선해양의 새 대표이사 선임이 추진된다. 이사회에서 부결될 수도 있지 않나.
“아직 추천 절차를 밟지 못한 것으로 안다. 이사회는 나를 포함한 기존 경영진인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열어 후임자를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사회 구성원의 성향과 관계없이 채권단의 결정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중공업과 엔진의 경영에서도 배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해양과 중공업, 엔진 등 조선 3사는 수직계열화로 묶인 특수 관계다. 중공업과 엔진이 만든 조선 부품을 조선해양이 사용한다. 3사 경영자가 일시에 바뀌면 심각한 경영 공백과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 정부와 친한 영남 기업이어서 다른 기업 구조조정과 비교해 차별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하든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굳이 지역을 따지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재계 13위의 STX그룹을 만들었지만 조선 경기의 하강을 예측하지 못하고 다롄조선소를 지은 것은 경영자로서 최대 잘못이었다. 여기에 투자금 3조원가량이 묶이고 계속 자금을 회수당했으니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다롄조선소를 어떻게든 정상화시켜야 STX가 살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회생에 적극적이어서 모멘텀을 찾으면 회생 가능하다. 경쟁력 있는 조선소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뒷수습을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하는 말들이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쪽에서도 STX 회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다만 지금 내가 물러나는 것이 정말 경영 정상화의 최선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맨손으로 일궈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었다는 STX에 대한 내 마음을 욕심으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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