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구 금호전기 부회장
"'LED 조명' 대기업 꺼진 자리 中企가 꿰찼습니까? 외국계만 눈에 불켰잖아요"
“외국 대기업은 한국에 들어와 사업할 수 있고, 한국 대기업은 안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중소기업 적합업종 없었으면 금호전기도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박명구 금호전기 부회장(사진)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데 대해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78년간 조명 한길을 파온 국내 최장수 조명기업의 오너 최고경영자(CEO)다. 또 LED 관련 대·중·소기업이 모두 모인 LED산업포럼의 회장이기도 하다. 박 부회장이 적합업종 지정을 비판한 것은 2011년 지정 이후 국내 LED 산업의 구조가 변질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LED 조명 산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박 부회장은 “매주 큰 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금호전기가 올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 적합업종 “말이 안된다”
박 부회장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지정한 것이지만, 폐해가 많다”며 “당시 충분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에 LED 벌브, MR, PAR 등 3개 품목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은 기술 수준이 낮아 중국의 수만개 기업이 만들고 있다. 대기업에 맞지 않는 시장이란 얘기다. 필립스 오스람 등도 이들 품목은 중국 업체에 하청을 준다.
또 소기업만 남은 국내 LED 시장에선 브랜드와 기술력이 떨어지는 소기업들이 가격 위주의 경쟁만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LED 조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의 부상이 무섭다고 했다. 오스람 필립스 등보다 잠재력이 크다는 게 박 부회장의 분석이다. 실제 이랜드가 최근 매장 조명을 LED로 바꾸기 위해 입찰을 실시했는데, 중국 업체인 킹썬이 사업자로 결정됐다. 국내 업체라면 대규모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가격에 입찰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박 부회장은 “수만개 중국 기업들이 저가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데 국내에 생태계가 조성도 되기 전에 이렇게 막아 놓으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호전기는 작년 매출액이 3800억원 규모로 대기업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다. 다만 중견기업으로 공공조달시장 참여는 제한을 받는다.
◆LED 조명과 함께 금호전기 살아난다
금호전기는 지난 몇 년간 주력 사업이던 냉음극 형광램프(CCFL) 사업이 퇴조해 매출이 줄었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백라이트가 CCFL에서 LED로 바뀌면서 나타난 일이다. 또 신사업으로 2009년 인수했던 LED광원 제조업체 더리즈의 부실을 정리하면서 작년 671억원, 올 상반기 73억원의 적자(연결 기준)를 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걱정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LED 조명 관련 매출이 커지고 있어서다. 자회사인 루미마이크로의 일본 LED 튜브(형광등 대체) 시장의 패키지 점유율은 40%에 가깝다. 여기에 최근 금호전기의 중국 동관 공장이 준공, 양산을 시작하면서 LED 튜브 값을 10~15% 내릴 수 있게 됐다.
금호전기의 강점은 형광등 호환형 LED 튜브 특허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자인 박 부회장은 1979년 형광등용 전자식 안정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장본인이다. 박 부회장은 “LED 조명을 만드는 회사 대부분이 IT(정보기술산업) 회사지만, 우리는 조명만 해온 장점을 살려 호환형을 만들었다”며 “호환형 LED 튜브에서 만큼은 세계 1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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