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지난 주말 아침, 중국 상하이의 번화가 쉬자후이. 하루 세 끼를 밖에서 해결하는 중국인들인지라 식당은 만원이었다. 6위안(약 1100원)이면 얇은 만두피에 싸인 샤오롱바오 한 소쿠리를 즐길 수 있으니 붐빌 만했다. 식당가 맞은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웃통을 벗어부친 젊은 인부들이 거푸집을 타고 오르내리며 연신 땀을 훔쳤다. 그 위로 강 건너 푸둥지구의 632m짜리 상하이타워 공사 현장이 겹쳐졌다.
행인들은 공사판 먼지를 피해 가며 종종걸음을 쳤다. 그중에는 상하이자오퉁대(上海交通大) 쉬자후이 캠퍼스로 향하는 금융MBA 대학원생들이 섞여 있었다. 중국 최고의 금융상업도시답게 이곳 학생들은 주말에도 노트북을 끼고 학교로 몰렸다. 전날 오후에 쇼핑가에서 만났던 첨단 패션의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던 오드리 헵번처럼 ‘상하이의 아침을’ 꿈꾸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티파니'의 오드리 헵번처럼
상하이의 아침은 이처럼 황푸강(黃浦江) 서쪽의 옛 조차지였던 구시가지와 동쪽의 푸둥 신시가지를 동시에 껴안고 깨어난다. 게다가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지대인 상하이자유무역지대가 오는 27일부터 가동된다. 리커창 총리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금융·외환 자유화를 통해 ‘작은 홍콩’을 만드는 ‘리코노믹스(리커창식 경제개혁)’의 기둥으로, 핵심은 서비스산업이다.
중국의 서비스 혁신은 토종 브랜드인 하이디라오 샤부샤부 체인의 성공사례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허름한 촌구석에서 테이블 네 개로 시작한 식당이 10여년 만에 종업원 1만6000여명의 전국 체인으로 성장한 비결은 놀랍게도 ‘한국식 서비스’였다. 무뚝뚝한 중국 직원들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손님이 기다리는 동안 과일과 맥주, 과자 등을 제공하고 네일케어와 발마사지, 구두닦이 서비스까지 해준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모든 중국인이 하이디라오의 서비스를 배우면 우린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이 앞섰다는 전자상거래 시장도 그렇다. 중국의 ‘솔로데이’였던 지난해 11월11일 인터넷쇼핑몰 톈마오상청이 하루에 올린 매출만 132억위안(약 2조2400억원)이었다. 인터넷 소비 인구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한양대·交通大의 한국 기업인
상하이에 오래 체류한 기업인일수록 “초기 진출 땐 중국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모르는 게 많다”고 한다.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와 경영방식, 마케팅 기법에 목말라 한다. 몇 년 전 한양대 글로벌MBA가 상하이자오퉁대 금융MBA와 함께 중국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학 인근에만 한국 기업 1500여개가 진출해 있다.
김달호 한양대 상하이센터 대표는 “중국인 교수들이 현지 기업경영을 가르치는 샴프(SHAMP·상하이한양최고경영자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 생활문화를 포함하는 린스(LINSH·라이프 인 상하이)를 만들었는데 이젠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상하이의 아침’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토요일 오전 9~12시 수업에도 많은 기업인들이 몰렸다. 이들은 “공부를 해보니 영토문제로 일본과 대립 중이고 미국 유럽의 대 중국 통상압력은 거세지는 지금이 한·중 경제협력을 다질 수 있는 적기라는 걸 알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자유무역지대로 또 하나의 문을 여는 중국, 미래 상하이의 아침은 어떤 풍경일지 벌써 궁금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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