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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습…한국 파생시장 거래 3분의 1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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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세계 1위 자랑했지만 거래량 11위로 주저앉아
고객 없자 영업팀 해체…증권사 중개면허 반납도
호가 제한·거래세 부과 등 정부규제에 시장 고사 위기




자산 규모 10위 안에 드는 국내 A증권사의 파생상품영업팀은 팀원이 1명이다. 파생상품 거래가 급감하면서 10명이 넘던 팀원이 대부분 정리해고됐기 때문이다. A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는 “다른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영업팀도 공중분해 직전이라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국내 소형 H증권사는 지난달 코스피200선물·옵션 중개업무를 금융감독원에 반납했다. 2009년까진 그래도 고객이 있었는데, 현재는 고객이 한 명도 없어서다. 2011년 ‘세계 1위’ 파생상품 거래량을 자랑하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고사 직전이다.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량은 계속 늘고 있지만, 올 상반기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3분의 1 토막났다.

◆세계 1위에서 11위로 추락

2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13년 상반기 세계 파생상품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4억2900만계약으로 작년 상반기(13억9400만계약)보다 69.2% 급감했다. 2011년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순위는 2012년 5위로 하락한 뒤 올 상반기 11위로 주저앉았다.

작년 기준 주가지수옵션 상품 중 세계 1위 거래량을 기록한 코스피200옵션의 거래량(2억9950만계약)은 전년 동기 대비 76.3% 급감, 인도증권거래소의 ‘S&P CNX Nifty’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쌍두마차인 코스피200선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상반기 거래량은 2700만계약으로, 일본 오사카증권거래소의 닛케이225미니선물(1억3950만계약)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강한 규제가 원인

국내 파생상품시장 규모 축소는 규제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개인의 투기거래를 막는다’는 명목 아래 코스피200옵션 계약 단위 5배 인상(2012년 3월),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호가범위 제한, 우정사업본부에 차익거래 거래세 부과(2013년 1월) 등의 강한 규제를 잇달아 내놨다. 이 여파로 코스피200옵션 개인 계좌는 2012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4.8% 줄었다. 문제는 투기거래를 차단하려는 규제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을 포함한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다 떠날 판

파생상품시장 거래 위축은 현물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코스피200지수에 속한 종목에 투자하며 코스피200선물이나 옵션을 거래해 위험성을 헤지한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국내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이 위축되면 유동성에 민감한 외국인·기관들이 아예 한국 투자비중을 줄이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200선물과 일본이나 중국의 주가지수선물 거래량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점”이라며 “장기적으론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서서히 떠날 수 있어 현물시장의 활력도가 떨어지는 데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신상품 상장이 수년째 미뤄지는 등 정부가 파생상품시장을 발전시키고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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