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땅을 만물을 탄생시키고 길러내는 어머니로 봤다. 지모(地母)사상이 발달한 이유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땅은 논을 매고 밭을 일구는 평민들만의 삶의 터전이었다. 농사 등 생업에 종사하지 않는 양반들은 과거에 급제해 관직을 얻으면 녹봉을 받는 것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과거에 합격하면 출세는 ‘떼놓은 당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4서5경을 비롯한 유교 경전을 막힘 없이 외우고 해석해야만 했다. 시와 문장을 짓고, 정치 문제의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논문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가문과 혈통에 의해 신분이 세습되던 양반들도 3대 이상 연속해 벼슬을 얻지 못하면 체면과 대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비록 신분은 양반이나 수입이 없으니 가난한 것은 뻔한 일. 나중에는 평민보다 못한 구차한 생활도 각오해야 했다. 양반은 관리가 돼야 가문이 유지되고 죽어서도 신주에 관직명을 쓸 수 있었다. 양반에게 삶의 터전인 ‘땅’은 바로 ‘책’이었던 셈이다.
조선시대 대과에 급제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37~38세였다. 30년 이상 온통 과거시험에만 매달려도 합격을 장담하지 못할 만큼 시험은 어려웠다고 한다. 손에 흙 때가 끼지 않은 양반들에게 과거 급제란 평생을 부귀하게 사느냐 아니면 잔반(殘班·벼슬하지 못한 양반)이 돼 처자식을 굶기느냐가 달린 문제였다.
역사상 최초로 구도장원(九度壯元·아홉 번 1등으로 과거에 합격)한 율곡 이이에게 어떤 사람이 그토록 과거에 집착한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이는 “궁핍한 살림이라 맛난 음식으로 부모를 봉양치 못할 것이 두렵고, 부모의 간곡한 과거 응시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답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기업에 취직해 의·식·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돈을 번다. 현대인에게 삶의 바탕인 땅은 곧 취직이다. 취직은 말 그대로 일자리(직업)를 구하는 것으로 반드시 입사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당당히 입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과거 게 그림에 과거 급제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갈대밭에서 게가 옆걸음질 치는 심사정의 그림도 실상은 게의 속뜻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감상 포인트이다.
우선 게는 등에 짊어진 딱지가 갑옷처럼 딱딱해 ‘갑(甲)’이란 글자로 해석됐다. 과거에서 1등을 뜻하는 ‘갑과(甲科)’에 뽑혔음을 의미한다.
정기적으로 치른 문과의 복시(소과·대과)는 33명의 급제자를 선발했는데 갑과 3인, 을과(乙科) 7인, 병과(丙科) 23인으로 등급을 구분했다. 갑과에 뽑힌 3인 중 수석을 차지한 단 한 명을 ‘장원’이라 부르고 종6품의 관직에 제수했다. 종6품은 중앙 관직의 주부, 지방에선 현감에 해당하는 품계다. 갑과의 2,3등이 정7품부터 벼슬을 시작하는 것에 비해 출발선부터 다른 파격적인 대우였다.
게를 형상화한 그림이나 땅의 모양새는 풍수지리적으로 대과에서 장원하라는 상서로운 기운으로 해석된다. 크고 작은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게 형상을 가까이 하면 수석 합격의 기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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