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매매에서 임대 중심으로 확 바뀌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6 대 4의 비율로 매매 비중이 컸지만 지금은 2 대 8의 비율로 임대 거래가 압도적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매매는 14.7%에 불과한 반면 임대는 84%에 달하고 있다. 주택 거래 10건 중 8건이 임대라는 의미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현실이 통계를 방증하고 있다. 매매에만 신경을 쏟는 중개업소는 몇 달째 계약서 한 장 쓰지 못했다고 아우성인 반면 임대 거래에 눈을 돌린 중개업소는 한 달에도 몇 건씩 실적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임대 중심으로 급하게 변화한 이유는 뭘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순서를 따질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매매 순환고리가 어느 순간부터 끊겼기 때문이다.
일단 신규 아파트 분양률이 저조하다. 대형 건설사가 요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도 미분양이 생길 정도로 초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미분양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땅값 상승 등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아 웬만한 회사원이라도 아파트 청약이 쳐다보지 못할 나무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정체로 신규 구매가 어려워진 것이다.
다른 원인은 아파트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도 신규 분양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리던 때도 있었다. 일단 분양받으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를 보전하고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요즘은 매매 거래가 두절되면서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하우스푸어 신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매매시장 상황이 위축되면서 임대 수요는 점점 늘어났다. 매매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전세로 갈아타고 천정부지로 뛰는 전셋값을 피하려고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임대시장을 키우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도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을 올리는 데 관심을 쏟는다. 이 같은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 변화를 몰고왔다. 1~2인 가구 증가도 임대 거래를 늘린 배경으로 작용했다.
임대 중심으로 바뀐 부동산 시장이 매매 중심으로 다시 재편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임대 비중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역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임대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외국처럼 임대관리 및 건물관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임대정보 회사인 렌트라이프의 김혜현 대표는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도 임대 방식을 고민하지 않으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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