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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스포츠대회 흐리는 '정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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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범 충주/지식사회부 기자 lhb@hankyung.com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충주에서 열리고 있는데, 충주시장의 대회장 응접실 출입을 막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25일 개막한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만난 충주시 공무원의 한탄이다. 대회는 참가 선수들의 구슬땀과 관람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대회조직위원회와 충주시의 볼썽사나운 ‘기 싸움’이 관계자들을 애먹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종배 충주시장과 시 공무원들은 지난 26일 오후 1시께 경기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이 시장은 방문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치자 그랜드 스탠드 2층에 있는 조직위원장(이시종 충북지사)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조직위원장실은 개막식 때까지 귀빈응접실로 사용됐다. 하지만 자원봉사자가 이 시장을 막아섰다. 자원봉사자는 “이름표에 출입허가가 인증된 카드를 소지하지 않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위원장실에 들여보내지 말도록 조직위에서 교육을 받았다”며 이 시장을 제지했다. 조직위가 사전에 이 시장에게 출입인증이 새겨진 카드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수시로 경기장을 드나들며 관계자와 귀빈을 만나야 하는 집행위원장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 시장은 경기장으로 돌아와 관계직원들을 격려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뿐만 아니다. 조직위와 충주시는 대회 시작 전에도 의전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조직위는 1만1000여장의 대회 개막식 초청장을 발송하면서 집행위원장인 이 시장 이름을 빠뜨렸다.

충주시는 “각종 대회 문서나 초청장에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이름을 함께 쓰는 관례에 어긋난다”며 발끈했다. 조직위는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짤막한 해명을 내놨을 뿐이다.

충북도와 충주시 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신설된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위치를 두고, 6월에는 충주 에코폴리스 조성사업의 입지 문제를 놓고 각각 충돌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지사와 이 시장은 둘 다 충주가 고향이지만, 당적이 민주당과 새누리당으로 갈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제스포츠 행사마저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임호범 충주/지식사회부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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