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횡령 공범 김원홍 범행동기 수정해달라"
최태원 회장 양형 참작 가능성…재판 판도 바뀌나
27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에서 열린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장이 검찰에 ”김원홍의 범행동기를 수정해 달라“고 사실상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1심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김원홍 전 SK고문이 450억원 횡령의 공범으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의 역할에 중점을 두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원홍이 주범?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 재판 내내 ”김 전 고문에게 사기 당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게다가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되면서 김 전 고문의 역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는 변론재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구도가 그동안의 재판과정과 크게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만약 김 전 고문의 역할이 부각될 경우 최 회장의 양형은 크게 참작될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서는 최 회장과 김 고문이 공동주범으로 돼 있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이 주범, 최 회장이 종범으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지 여부는 선택사항이지만 재판 판도가 크게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최재원 부회장에도 의심의 눈길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요구에 앞서 직접 피고인들을 심문했다. 2008년 5월께 SK C&C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대출금을 마련해 중국의 김원홍 전 고문에게 보낸 대목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고문에게 돈을 보내라고 김준홍 전 대표에게 지시한 사람이 최재원 부회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 부회장은 “단지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수표의 용도도 정확히 모른 채 뒷면에 싸인을 해 김 전 고문에게 전달했을 뿐 돈을 쓴 사람도, 갚아야할 사람도 김 전 고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떻게 모른다고 할 수 있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김준홍 전 대표도 “2008년4월 최 부회장이 비상장주식(SK C&C)을 담보로 1000억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과 비슷한 구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작년 1월 검찰은 최 부회장은 구속 기소하고 형인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의 경우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에 투자된 SK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선물투자에 쓰려고 빼돌리는 등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 부회장은 형의 선물투자 관련 자금을 비롯해 총 174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형제가 횡령의 공범”이라고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주범으로 판단해 징역4년,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변수는 김원홍 고문 국내 송환
김원홍 전 고문의 국내 송환은 여전히 변수다. 김 전 고문이 한국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국교가 단절된 대만과의 범죄인인도송환 절차 등을 감안하면 김 전 고문 없이 선고가 날 가능성도 높다.
김병일/양병훈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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