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암 유발 입증
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수조원대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난 19년간의 검진·진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7일 서울 건보공단 본부에서 열린 ‘흡연의 영향 분석과 의료비 부담’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건보공단이 보유한 130만명의 19년치 건강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흡연이 각종 암이 발생할 위험을 3~7배 높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진료비가 1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로 인한 피해 규모가 나온 만큼 소송을 포함해 건보공단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건보공단이 흡연 피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보공단은 소송의 근거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58조를 들고 있다. ‘제3자의 행위로 인해 건강보험 진료비가 지출됐다면 공단이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구상권 조항으로 여기서 제3자는 담배회사가 되는 셈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4월부터 소송 성립과 승소 가능성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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