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당국 "재정악화 우려"…청와대 "우선순위 조정"
내년 적자예산 계획
30일 대통령에게 보고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지면서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자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에 대한 수정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복지 공약 수정론에 대해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청와대나 정부 당국자들의 기류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유연해졌다. 약속을 지키는 모양새를 최대한 유지하되 복지 공약의 우선 순위와 완급을 조절하는 형태로 집권 초반의 재정 부담을 줄여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박 대통령은 공약과 이를 기초로 만든 140개 국정과제를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다만 기계적으로 지킨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우선 순위를 조정해 실천하라는 점을 요즘 부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40개 국정과제를 똑같은 방식과 속도로 추진하는 평면적인 접근보다 경중과 완급을 고려해서 우선 순위가 높은 과제부터 집중해 성과를 내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공약한 사항들을 반드시 지키되 차근차근 우선 순위를 두어 연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12일 수석비서관회의 때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국정과제 우선 순위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해외 순방 중인 정홍원 국무총리를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 현 부총리는 “국정과제 이행에서 수치나 지표의 개선이 아니라 국민이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국정과제를 똑같은 방식과 속도로 추진하는 평면적인 접근보다는 경중과 완급을 고려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시급성이 높은 과제 위주로 선택과 집중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우선 순위가 높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가 하반기 정책과제의 선택과 집중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여도’에 맞추겠다고 기준을 제시한 만큼 국정과제에서 제시된 일부 복지 공약들은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예산당국 일각에선 적자 예산폭이 커져 재정 건전성 논란이 확산될 경우 결국 복지 공약을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쪽으로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 박근혜 정부 5년간 총 17조원의 신규 예산이 투입될 기초연금의 경우 지급 대상을 당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서 소득 하위 70~80%로 조정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도 적자예산 편성 계획을 30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중간보고 성격이며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개략적인 방향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세수 부족 등으로 내년 적자예산 규모가 2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종태/주용석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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