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에 자사주 넘겨…전문가들 '갸우뚱'
▶마켓인사이트 8월22일 오후 2시14분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별다른 대가도 없이 스스로 경영권을 포기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코스닥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디지텍시스템 최대주주 얘기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2대주주에 매각하면서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밝힌 것. 법적 최대주주 지위가 아직은 유효한 상황에서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은 22일 2대주주 엔피텍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디지텍시스템 자사주 60만1326주(4.00%)를 엔피텍에 넘긴 것. 매각금액은 47억원. 전날 종가(8540원)보다 7.56% 싼 7894원에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배터리팩 제조업체 엔피텍은 디지텍시스템 지분 10.69%를 보유, 지와이테크(9.12%)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근철 삼정 회장이 보유한 디지텍시스템 지분 6.69%를 인수해 2대주주로 오른 지 한 달여 만이다.
엔피텍은 단일 최대주주가 됐지만 법적인 의미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아니다. 최대주주는 법적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지분이 가장 많은 ‘단일 최대주주’와는 개념이 다르다. 지와이테크는 특수관계인인 유승배 디지텍시스템 회장 지분(4.57%)을 포함하면 13.69%로 엔피텍 지분보다 많다.
그럼에도 디지텍시스템은 엔피텍이 보유한 신주인수권 98만주를 모두 행사할 것으로 순순히 전제하고 최대주주 변경을 기정사실화했다.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되면 엔피텍의 디지텍시스템 지분은 16.18%로 늘어난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공시로 현재화한 셈이다.
디지텍시스템 관계자는 “지와이테크가 디지텍시스템 발전을 위해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며 “지와이테크 보유 지분은 담보로 잡혀 있어 새로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인 엔피텍 측에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주식양수도 거래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M&A 전문가는 “최대주주가 아무런 대가 없이 스스로 경영권에서 물러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 사채업계 관계자는 “지와이테크 담보권자와 엔피텍 실소유주 간에 모종의 이해관계가 있는 게 아닌지 추정된다”며 “지와이테크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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