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중소기업 외부자금 조달
정부·공공기관·투자자의 평가기준 철저히 파악
최소 6개월 전부터 회계·조직·자격요건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작게 출발해 중견회사로 성장한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발전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성공한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진단해 보면 평균 3회 정도 지분 구조상의 큰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창업-성장-안정화-재도약 단계별로 외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때로는 기업 운영상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외부자금 조달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도 한다.
외부자금의 원천은 다양하다. 외부로부터의 직접적인 투자 유입뿐 아니라 정부의 각종 자금지원 프로그램, 보증서비스를 활용한 기업자금 대출도 중요한 외부자금 조달 방법이다. 2013년 집행되고 있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유관 공기업 등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4년도에는 이런 예산이 더 세분화되고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많은 소기업 중에 외부 자금의 종류나 해당 요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거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경우는 드물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하다가 사업상 손해를 입는 경우도 빈번하다. 역량 있는 소기업 경영자라면 기업 상황에 맞게 적절한 자금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양질의 외부자금 조달을 위한 다양한 정보 수집 및 체계적인 준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평가 기준 숙지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직원 15명 정도 규모로 첨단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K사의 김 사장은 올해 자금 운용계획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수개월 전부터 보증기금을 통해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기대 금액의 50% 정도밖에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K사의 2012년도 재무제표였다.
보증기금 내부 기준상 K사의 2012년도 재무성과는 이 회사가 요청한 보증한도에 미흡했다. 안타까운 점은 K사가 2012년 4분기에 발생한 일부 매출을 외상매출로 처리, 당해 성과로 귀속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K사는 보증기금의 기업평가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회계처리를 담당하는 세무사무소와 상의하지 않고 2012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한 게 외부자금 조달의 걸림돌이 된 것이었다.
K사와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 소기업들이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소기업 대표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장의 운영상황이 어렵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외부의 평가 같은 건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원자금 신청이나 외부 투자 등은 불가피하게 평가나 실사과정을 수반한다.
외부투자 주체의 평가나 실사는 일차적으로 재무상황을 본다. 따라서 외부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회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 기타 투자자의 평가 기준을 숙지하고 최소한 6개월 전부터 회계, 조직, 자격요건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험이 있는 업체의 자문을 구하거나 신용평가도구 등의 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감·신뢰가 형성된 관계에 집중하라
3년 전부터 온라인 콘텐츠사업을 추진해 온 C사는 최근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그룹이 회사 지분 51%를 인수, 소유권은 이전됐지만 현재의 대표가 일정기간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다. 기타 옵션계약으로 사실상 동업관계로 전환했다. 이 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마지막까지 고민한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C사가 제시한 신규 사업계획의 일부 전제사항이 불확실한 상태였다. 둘째, 기존 경영진이 지분 매각 후에도 현재와 같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였다. 이런 문제점에도 최종적으로 투자가 이뤄졌고,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C사가 작은 기업으로서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었음에도 성공적으로 투자가 이뤄진 비결은 뭘까.
투자그룹은 이 회사의 신규 사업모델 비전과 실행계획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C사에 대한 투자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비슷한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을 갖고 있었던 것. 신규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기대감도 큰 상태였다. C사 경영자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높았다. 투자자는 C사 경영자를 10년 전부터 업계 전문가로 알고 있었다. 투자자의 지인들로부터 C사 경영자의 역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C사 사례는 소기업 투자 유치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소기업 투자유치는 투자 재원이 풍부한 곳이라기보다는 사업비전을 공유한 그룹, 상호 신뢰가 형성된 관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투자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라도 소기업의 불확실성이나 한계를 무시하고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소기업 대표는 일반 투자그룹과 폭넓게 접촉하기보다는 사업비전을 명확히 하고 실행계획을 구체화한 뒤 관련 커뮤니티에서 깊이 있는 교류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해당 사업모델을 이해하고 선호하는 그룹이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커뮤니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업모델과 관련한 대학 교수나 업계 전문가, 컨설턴트, 변리사 같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좋다.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적합한 투자자 그룹과 연결될 수 있고, 전문가들의 추천을 통해 투자자들과 신뢰관계를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가-투자자 사이 연결망이 필요
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아무리 늘려도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지원 수준에도 한계가 있다. 다양한 민간자본의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소기업 투자의 특징은 수억원에서 수천만원 정도의 소액투자가 많다는 점, 사업모델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도나 개인적 신뢰관계의 영향이 크다는 점, 투자의 위험성이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투자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창업 활성화와 40~50대 은퇴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사회 변화의 특징을 감안해야 한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소기업 경영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 포털사업자 등이 사업 비전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그룹과 투자의향이 있는 그룹이 사업정보를 공유하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 전문가 그룹들이 참여, 사업모델이나 현안을 조언하고 경험을 공유한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 같은 생태계 조성은 개별 사업자의 힘만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정부나 전문가협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소통의 장(場)을 통해 사업가와 투자자 사이에 상호 공감대와 신뢰관계가 증진될 수 있고, 이를 매개로 소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정재우 < 드림포털운영컨소시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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