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세력 10년내 최악 손실
‘주가가 떨어질 만한 기업’을 찾는 데 힘을 쏟는 공매도 세력(쇼트 셀러)들이 올 들어 10년래 최악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올 들어 강한 랠리를 펼치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캐피털 IQ와 공동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윌리엄 아크만과 데이비드 아인혼 등 공격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미국 주가 상승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공매도 제도인 ‘쇼트 셀링’은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현재 증시에서 1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주식을 ‘거품주’로 지목했을 경우 공매도 세력은 해당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1만주 빌린다. 그리고 곧장 시장에 팔아치운다. 일단 10만달러를 손에 쥐고 기다리다가 예상대로 해당 주가가 곤두박질쳐 5달러가 되면 주식 1만주를 5만달러에 사서 증권사에 되갚는다. 그러면 차액 5만달러를 남기게 된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통적으로 헤지펀드들은 ‘롱쇼트’ 전략을 활용했다. 하락장일 때는 잘 나가는 주식을 사들이고 상승장일 때는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을 공매도 하는 것. 올해는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주식과 밑도는 주식 간 격차가 유난히 컸다. 미국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00개 기업의 주가 평균을 지수로 만든 러셀3000지수를 보면 공매도가 가장 많았던 100개 기업의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33.8% 올랐다. 다른 기업 주가가 평균 18.3% 오른 것과 대비된다.
공매도 목표물이 됐다가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가 대표적이다.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공매도 전문가는 “테슬라모터스는 6월에만 32%, 올 들어 300%나 뛰어 큰 손실을 봤다”며 “1999년(미국 증시 호황기) 공매도 실패 때보다 더한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질로우는 222%, 케스트코제약은 151%, 그린마운틴커피로스터스도 76% 주가가 상승했다. 아인혼이 이끄는 88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은 2분기 1.2%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린마운틴커피로스터스를 공매도했던 7월에는 수익이 반 토막 났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 증시 비관론은 계속 나오고 있다. 존 허스만 허스만펀드 사장은 20일 고객투자 서한에서 “S&P지수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40% 고평가돼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도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 크게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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