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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싼 심야전력 저장, 비싸게 팔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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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한숨 돌린 정부, ICT 활용 수급방식 바꿔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3~5% 세액공제
10월께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확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삼성SDI 기흥사업장(본사). 본건물 왼쪽에 자리잡은 화려한 색상의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용 배터리와 동일한 리튬이온 2차전지를 대형화한 1㎿급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이를 연결한 에너지 관리시스템(EMS)이 설치돼 있는 곳이다.

박상진 사장은 “이들 설비를 활용해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충전해 놓은 싼 전기를 피크시간대인 낮 12시~오후 6시에 방전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량을 종전 6530㎾에서 5530㎾로 1000㎾ 줄이고, 연간 전기요금도 1억2700만원이나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ICT 기반 전력수요 관리로 전환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삼성SDI처럼 ESS·EMS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지금처럼 정부가 강요하는 강제 절전이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 투자와 절전으로 전력 수급난을 해소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전통적인 전력산업에 2차 전지사업, IT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게 그 요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ESS와 EMS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한국은 삼성SDI, LG화학 등 ESS의 기반이 되는 2차전지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과 달리 ESS와 EMS를 활성화하지 못했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큰 데다 전기요금이 낮아 기업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ESS·EMS 구축에 총 16억원을 들인 삼성SDI도 전기요금을 연간 1억원 이상 줄일 수 있지만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12~1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투자비 회수 기간이 최소 6~7년으로 단축돼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세제 혜택과 설치비용도 지원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이 고효율 인증을 받은 ESS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3~5%를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또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EMS를 설치하면 설치비의 최대 50%를 지원할 방침이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세제와 자금 지원에 따른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기로 기획재정부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오는 10월께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 선택형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심야시간대와 최대 피크시간대 요금이 3배가량 차이나는 것을 더 확대하겠다는 게 산업부의 계획이다. 여름철과 겨울철 피크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높은 요금을 물리고 나머지 시간대는 요금을 할인해 차등률을 확대하는 선택형 요금제다.

전력거래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우선 ESS·EMS를 통해 절전하고 남은 전기를 시장(전력거래소)에 되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심야에 한국전력에서 값 싸게 구입한 전기를 피크시간대에 쓰고 남으면 재판매토록 해 기업이 적정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전력 수요가 5000만㎾일 경우 지금은 한전이 전량을 발전사로부터 구매하지만 앞으로는 4500만㎾만 발전사에서 받고 나머지 500만㎾는 ESS와 EMS로 얻은 수요 감축량을 구매한다는 얘기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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