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10달러 돌파
수에즈 운하 테러 우려…원유 공급로 막힐 수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15일(현지시간)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이집트 정정(政情) 불안이 확산되면서 브렌트유의 주요 공급로인 수에즈 운하가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날 런던ICE선물시장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퇴진 이후 벌어진 유혈사태로 공식 사망자가 600명이 넘는 등 소요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 측은 “쿠데타로 세워진 정부를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며 결전을 다짐했다. 시장에서는 궁지에 몰린 무슬림형제단이 수에즈 운하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원유 공급 국가의 상황도 좋지 않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평소보다 하루 30만배럴 적게 생산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도 노동자 시위로 인한 항만 가동 중단으로 원유 수출량이 급격히 줄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원유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너지에스펙트에 따르면 각종 정치·사회적 요인으로 정상 생산 가능량보다 줄어든 공급량은 하루 340만배럴로 지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340만배럴은 하루 세계 원유 수요의 약 4%다. 시장조사업체 KBC에너지의 데이비드 바흐 애널리스트는 “그간 시장에선 세일오일 생산 확대만 기대했고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헤우슨 CMC마케츠 애널리스트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113~114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 실제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원유가 선물시장에서 거래돼 미래에 대한 공포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며 “3년 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중동지역 정세 불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학습 효과가 있는 만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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