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자에 땅값 5년 무이자 할부 제공
건축비도 지원…KAIST·고려대 등 입주 희망
정부가 세종시(행복도시)에 상업·교육·의료시설 등 대규모 생활인프라 시설의 개발 촉진을 위한 민간투자 유치에 나섰다. 앞으로 기업들이 세종시에 공장이나 대형 유통시설을 짓기 위한 산업용지 등을 매입할 경우 땅값을 5년 정도의 무이자 할부로 납부토록 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청사와 주택시설만 마련된 상태여서 생활 불편이 큰 세종시에 대학·병원·연구기관·산업시설 등 도시자족시설의 신속한 개발과 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정부는 당장 세종시에 입주할 대학도 연내에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입주 의사를 밝힌 KAIST·고려대·충남대·한밭대·공주대 등 5곳의 대학 중에서 조만간 2곳을 확정할 계획이다.
○맞춤개발 가능한 원형지도 공급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세종시 자족기능 확충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월 세종시지원위원회에서 논의된 자족기능 확충 방안과 지난달 초 개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구체화한 것으로 △투자 유치 기반 조성 △시설별 맞춤형 유치 추진 △추진 체계 구축 및 유치 활동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세종시에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투자자에 대해 토지대금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김상석 행복청 도시기획과장은 “5년 정도 무이자 할부로 토지대금을 분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자족시설용지를 팔 때 아파트용지와 같은 수익성 용지를 묶어 팔아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 등에는 ‘원형지’를 공급할 방침이다. 각자 재량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원형지는 도시건설에 필요한 필수시설(상하수도·배관시설) 등의 기본 인프라만 갖추고 별도로 용지 조성을 하지 않은 땅이다. 땅값도 저렴하고 구매자가 필요에 따라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세종시 입주 의사를 밝힌 곳은 5개 대학(KAIST·고려대·충남대·한밭대·공주대)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2곳을 선정해 연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병원·대학 근무자 주택분양 우선권
정부는 행복도시에 입주하는 대학·기업·병원 등에는 건축비도 지원해 주고, 이들 자족시설 관련 종사자에게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세종시에서 분양하는 주택의 분양 우선권도 줄 계획이다.
도시형 첨단산업단지(70만㎡)와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등을 조성해 벤처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행복청이 직접 건립하거나 시행사 등에 건축비 등을 지원해 저가로 분양·임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세종시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과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기능을 갖춘 첨단병원을 유치하는 데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입주가 확정된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시설은 계획대로 연내 착공해 내년 말까지 개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 호텔, 공공기관 등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각종 시설도 지속적으로 유치한다.
행복청은 종합대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투자유치 전담팀’도 신설하기로 했다.
업계·전문가 반응 "땅값만 싸면 투자할 것"
기반시설·교통은 잘 갖춰져…장기적 시각서 도시 가꿔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자족시설 확충 대책’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시는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이 이미 자리잡고 있어 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교통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땅값만 저렴한 수준에서 나온다면 기업과 건설사들의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정부청사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다른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라며 “이번 정부 대책으로 민간 투자자에 대한 다양한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이 이뤄져 기업들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성급히 투자를 유치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도시를 가꿔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 기업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박혜린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옴니시스템 대표)은 “기업들이 입지를 선정하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교통과 위치, 토지비, 기반시설과 같은 것들”이라며 “세종시는 정부기관이 많이 들어서 위치와 기반시설은 좋은 편이기 때문에 땅값만 싸다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중에 세종시 캠퍼스 조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KAIST의 오준호 부총장은 “현재 세부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대규모로 캠퍼스를 확충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토지 인센티브 등이 투자에 탄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부총장은 “세종시 입주가 확정되고 관련 예산 등이 마련되면 토지 매입 규모 등을 정할 것”이라며 “투자 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도시의 균형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종시 건설 예산의 대부분이 정부청사와 첫마을 아파트 주변인 신도심(73㎢)에만 투입될 뿐 인근 조치원 등 편입지역(구도심 392㎢)에 대한 예산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세종시로 투자가 너무 집중되면 다른 혁신도시(지방 공공기관 이전 도시)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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