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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한국사 수능 필수화,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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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대만 한국사 필수화… 수능 선택비율↓
역사교육, 이상론보다 현실적 방법론 강조할 때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12일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 반영은 일단 보류됐다. 당정 협의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한국사의 수능 필수화 여부는 21일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날 한국사 대입 연계 관련 검토안으로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화를 비롯해 △한국사 표준화시험 시행 및 대입 자격 연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결과 활용 △한국사 표준화시험 마련 및 학교 내 시행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서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대입에 반영한다는 전제에 변함없다"고 밝혔다.

청소년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논란은 왜 일어난 걸까? '과연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그 길이냐'란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폭넓게 한국사를 가르치자는 쪽. 이렇게라도 해서 하루빨리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쪽에선 방법론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떻게 역사를 잘 가르치고 흥미롭게 배우느냐의 고민 없이 평가와 연계하는 건 전시정책일 뿐이란 것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각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양쪽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사 반영방식과 여론의 동향을 잘 살펴봐야 나름의 판단기준을 세울 수 있다.

현재 한국사는 수능(사회탐구)에서 응시 여부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서울대만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해놓았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서울대가 앞장서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부작용이 심각하다. 서울대 필수과목이 곧 수험생 기피과목이 되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서울대 진학을 원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한국사를 선택함에 따라 이들을 제외한 한국사 응시 수험생 숫자는 오히려 크게 줄었다. 최상위권 수험생이 몰려 한국사를 선택해 응시하면 상대평가 방식의 표준점수를 잘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대가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후 한국사 선택 수험생은 2005학년도 27.7%에서 2013학년도 7.1%까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청소년이 한국사 공부를 기피하게 된 꼴이 됐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서울대가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 역설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응시하는 과목이 된다" 며 "서울대 진학을 하지 않을 대부분의 수험생은 한국사를 피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서울대가 필수과목 지정을 철회하는 게 오히려 한국사 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현상을 감안하면 적어도 지금처럼 서울대만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보단 수능에서 필수과목으로 반영하는 게 좀 더 맞는 방향일 것이다.

사회적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과목을 대입 평가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도 청소년을 위한 현실적 역사교육 강화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5일 광복절을 맞아 벌이는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이 좋은 사례다.

역사교육의 본질적 문제를 봐야 한다는 반대편 목소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무조건 평가와 연계해 해결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지금처럼 정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을 외면해선 안된다. 국어·영어·수학까지 선택형 수능을 도입하는 마당에 필수과목을 지정하면 대입 제도와 교육과정 전반을 뜯어고치는 수고를 동반할 수 있다.

다만 철 지난 유행어를 빌어 '한국사 수능 필수화, 최선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될 겁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수학 공식도 모르고 고차원 문제를 풀 수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수능 필수과목 지정과 같은 현실적 대책을 통해 학생들의 한국사 교육 저변을 넓힌 후 그 다음 단계에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 방법론을 고민하는 순서가 맞지 않을지. 입시와 따로 가는 교육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역사학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주입식·암기식 역사교육을 바꾸는 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입시에서 소외된 상황에선 학생들의 관심을 받기 힘든 현실적 문제가 크다. 지금 얽히고 설킨 역사교육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려면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차선책일 수도 있다. 일일이 매듭을 푸는 것보다 단칼에 잘라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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