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상예보 기반은 세계최고 수준
'퍼스트 무버'되려면 산업생태계 구축을
이일수 < 기상청장 >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초고속 압축성장에 성공한 대표적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흥 산업국 부상 등에 따라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대안으로 창의적 연구개발을 토대로 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형 비즈니스 창출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기상정보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상산업이 새로운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으로 조명받는 이유다. 이는 예보 정확도가 90%를 웃돌 만큼 정보 신뢰도가 높아진 데 기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6년 세계기상기구(WMO) 회원국이 됐고, 1999년 슈퍼컴퓨터 도입으로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2007년 WMO 집행이사국에 진출했으며, 2010년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위성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세계기상정보센터(GISC)를 서울에 유치했다. 필리핀 재해경보시스템 구축 등 지구촌 기상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중동 카타르에는 기상인력을 수출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기상 서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선진 기상환경을 갖췄다는 점이다. 하지만 케네스 크로퍼드 전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한국의 기상기술 대부분이 선진국 수준이고 예보·경보 기술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 데도 불구하고 기상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기상 인프라를 보다 면밀하게 구축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해 가치 사슬을 갖는 기상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상산업 생태계 조성은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기상통계 표준화가 필요하다.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되고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출범하면서 하드웨어는 구축됐으나, 정밀한 현황 분석과 전망 제시 수준은 떨어진다. 또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기상 관련 빅데이터를 학계와 산업계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기상산업체의 국제시장 진출도 지원해야 한다.
이런 기상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는 각각의 산업분야와 상호작용하면서 융합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상·기후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현재 300개 수준에서 2017년에는 2200개로 늘어나고, 시장규모는 3200억원에서 96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산업은 식품, 관광, 화훼 등 다른 산업분야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기상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다방면에 걸친 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일수 < 기상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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