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상속세 감면 대상 …年매출 3000억원으로 확대
일감 몰아주기 대상 축소…내부 거래도 일부 인정
R&D 설비투자 세액공제…10%→3%로 대폭 줄여
일감 몰아주기…과세완화 대상서도 제외
중소기업 稅혜택 증가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2000년대 중반 경기 이천에 자비로 물류 창고를 지어 이를 샘표식품에 임대해 줬다. 샘표식품 공장이 수도권 규제탓에 확장이 불가능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이 창고는 샘표식품으로부터 매출을 올렸다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걸렸고, 박 사장은 최근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그는 “편법 상속을 시도한 것도 아닌데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 ‘축소’
앞으로는 박 사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중소·중견기업 대주주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내부거래도 일부 인정해 주기로 해서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의 지분을 5% 초과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지금은 3% 초과 보유자가 과세대상이다.
또 관계사와의 거래가 아무리 많아도 수혜기업의 매출 중 50%까지를 정상적인 거래로 간주해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지금은 30%까지만 정상거래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후 영업이익이 100억원이고 대주주 지분이 25%인 A사가 관계사를 통해 거래의 60%를 매출로 올리고 있다고 하자.지금은 거래비율 30%와 지분 3%를 넘어서는 부분만큼을 계산해 세후 영업이익에 세율을 적용해 2억3700만원을 증여세로 매긴다. 그러나 개정세법 아래서는 거래비율 50% 및 지분 5% 초과분에 한해서만 증여세를 계산해, 기존보다 37% 줄어든 1억5000만원만 내면 된다. 만약 A사가 관계사 거래비율을 50% 아래로 낮추면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내부거래도 인정된다. 대주주가 B와 C라는 기업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B가 C에 10억원어치의 일감을 줬다면 기존에는 C의 매출 전액이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개정 세법에서는 대주주의 B에 대한 지분 50%만큼을 뺀 5억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나머지 5억원은 대주주 본인이 스스로 증여한 셈이라는 업계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가업상속세 감면대상 확대
가업승계에 대한 과세특례 범위도 확대된다. 상속 및 증여세법 18조 2항에는 10년 이상 경영한 매출 2000억원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재산가액의 70%를 300억원 한도 내에서 공제해주는 특례 조항이 있다. 이를 매출 3000억원으로 높여 가업승계를 보다 원활하게 해주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 승계 뒤 10년간 같은 업종을 해야 감면해주던 것을 유사 업종으로 전환할 때 혜택을 주기로 바꿨다. 고용 유지조건도 완화해 정규직 근로자의 120%를 10년간 유지해야 했던 것을 △연도별 80% 이상 △상속 직전 2년 평균 고용인원의 100%(중견기업은 120%) 이상으로 구분해 적용키로 했다. 유럽식 가족경영을 가로막았던 1인 상속 규정도 바꿔 ‘공동 상속’이 가능하게 바꿨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업상속세 감면 대상 확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가업승계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고용을 유지하면 세금을 아예 내지 않게 해주는 독일식 모델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방안에 대해서는 “2% 포인트가 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건 대기업이지 중소기업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과세 대상을 명확하게 재조정하든지 아니면 중소기업에 유예기간을 충분히 줘서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김병근기자 ahnjk@hankyung.com
대기업 稅혜택 축소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에 1조6317억원을 투입했다. 이 중 연구시설을 짓는 데 약 10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까지는 이렇게 R&D시설 투자에 쓴 금액 중 100억원을 법인세에서 감면받을 수 있다. 투자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빼주는 제도 덕분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공제율이 3%로 낮아진다. 내년에 1000억원을 R&D시설 투자에 쓰더라도 30억원만 법인세에서 빼준다는 의미다. 종전보다 7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투자 확대하라면서 세금은 더 물려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내년부터 축소된다. 정부는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R&D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0%에서 대기업에 대해선 3%로 낮추기로 했다. 폐기물 처리와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보전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과 에너지절약시설(절전설비,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등)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대기업에 한해 각각 10%에서 3%로 낮추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이 세 가지 공제혜택이 축소되는 것만으로 대기업의 세부담은 최소 4000억원 늘어난다.
대기업들이 작년과 똑같은 액수를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내년 세액공제율이 10%에서 3%로 낮아지면 △R&D설비 투자 세액공제 412억원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1114억원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190억원이 된다. 감면액이 줄어든 만큼 기업들의 세 부담은 늘어난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R&D준비금 손금산입’ 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포함됐다. R&D준비금은 기업이 미래 기술 투자를 할 것에 대비해 사내에 적립하는 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금액을 R&D준비금으로 인정해 손금산입(세법상 비용으로 처리)을 허용해줬다.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내년부터 이 제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올해 기한이 끝나는 각종 비과세 감면 조치도 예정대로 종료하거나 축소되면서 대기업의 세제혜택도 그만큼 줄게 된다. 일몰이 도래하는 44개 제도 중 77%가 넘는 34개가 여기에 해당된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의 세부담이 1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미래경쟁력 확보 위축 우려
대기업들은 세제혜택 축소 방침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전자업종 A사 관계자는 “기업의 R&D투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분야”라며 “세수 확보를 위해 R&D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건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업종 B사 관계자도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선 아무래도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은 “기업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최대 경제현안인데, R&D 등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낮추는 건 이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요건의 완화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소기업 대주주에 대해선 대주주 지분율과 정상거래 비율 하한선 등을 완화해줬지만 대기업 대주주는 해당 사항이 없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기업분할·인수 등을 예외로 허용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에만 대주주 과세요건을 완화해준 건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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