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병원·복지법인 등 통일된 양식 재무제표 작성
회계기준원, 이달 기초案
사립학교 병원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 조직들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이 내년 초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비영리 조직들이 감독기관 제출용이나 내부 관리 목적으로 제각각 작성하고 있는 재무제표는 일반 기업 재무제표와 비슷한 형태로 바뀌어 그만큼 일반인도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된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올 3월 시작한 비영리조직 회계기준 연구 결과를 종합해 ‘비영리조직 회계기준 기초안’을 만들어 이달 중 공개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회계기준원은 기초안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회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2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제각각인 재무제표 통일
국내 비영리 조직은 교육사업·사회복지·의료·학술장학·예술문화·종교 보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2만9170개(2011년 말 기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이들이 따르는 회계기준과 작성하는 재무제표는 한마디로 ‘제각각’이다. 사립학교(사립학교법) 사회복지법인(사회복지사업법) 의료기관(의료법) 등은 각각의 근거 법률과 감독기관이 제시하는 ‘회계규칙’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현행 비영리 조직 재무제표는 감독기관의 감독이나 내부관리 목적에 초첨이 맞춰지다 보니 일반인이 보기에는 너무 어렵고 비교 가능성도 낮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하나의 조직임에도 여러 개의 ‘하위 회계 단위’로 나눠 회계보고가 이뤄지는 것도 비영리 조직 재무제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립학교나 의료기관은 기업 회계와 동일한 복식부기·발생주의 회계원칙을 따르지만 사회복지법인은 대부분 단식부기·현금주의 원칙을 따르는 점도 비영리 조직 재무제표의 비교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양대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1993년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들은 단일 비영리 조직 회계기준을 제정하거나 재정비해 사용하는 추세”라며 “국내에서 회계기준이 가장 불투명하고 취약한 비영리 조직에 단일 회계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활동별로 비용 세분화 표시
회계기준원은 기본적으로 기업 회계기준과 유사하되 비영리 조직들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영리조직 회계기준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비영리 조직별로 명칭과 포맷이 상이한 재무제표도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기업 회계의 손익계산서에 해당) △현금흐름표로 통일하고 각각의 작성 양식도 제시할 계획이다.
다만 비영리 조직들이 새 회계기준을 적극적으로, 조속히 도입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비영리 조직들은 각기 다른 법률과 감독기관의 규제를 받고 있어 새 회계기준 도입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면 비영리 조직들이 익숙한 회계기준을 버리고 새 기준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비영리 조직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새 기준을 받아들이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와 업무 협의를 통해 산하 비영리 조직들이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이태호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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