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조특위 참석
민주 "조직적 불법…朴대통령이 사과해야"
새누리 "선거개입 아닌 종북세력 추적활동"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5일 역대 국정원장 중 처음으로 국회 국정조사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대선 때 발생한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민주당은 댓글 사건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북한 및 종북 세력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오히려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매수해 정치 공작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남재준 “개혁에 박차”
남 원장은 이날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정원 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진위를 떠나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란 전임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야당 후보들을 비판한 댓글을 달아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남 원장은 지난 6월22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남 원장은 “국정원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국익수호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비밀 등의 사유로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수 없었고 때때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며 “국정원은 핵심 업무를 위주로 조직개편, 획기적인 인사시스템 마련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그동안의 업무 관행을 되짚어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野 “대통령 책임져야”
이날 특위 회의는 남 원장의 인사말과 신기남 특위 위원장의 모두발언, 여야 의원 2명씩의 기조발언만 공개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대통령선거는 국정원이 조직적·불법적으로 개입한 불법대선이었다”며 “그것도 모자라 경찰청이 허위수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결정적으로 표심을 왜곡한 부정선거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사건이 허위사실로 밝혀지면 문재인 의원이 책임지라고 했는데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원 전 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혐의가 명확해졌다”며 “이제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與 “불가피한 대북 심리전”
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댓글활동이 종북세력 등을 걸러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검찰이 선거개입 혐의를 적용한 국정원 댓글의 대부분은 북방한계선(NLL), 북한 미사일 등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것”이라며 “선거개입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인 비판글을 게시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이는 선거개입이 아닌 종북세력 또는 간첩에 대한 추적활동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특위 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공중파 방송 3사의 생중계를 요구하며 기관보고 청취를 거부하는 바람에 오후 2시로 늦춰져 개의했다.
이태훈/추가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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