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항생제 내성균이 국내 10여개 병원에서 집단적으로 발견됐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이 균에 감염된 환자는 60여명에 달한다. 보건 당국이 환자 격리와 전파 차단 작업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립보건연구원과 지난 4월 이후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항생제 내성균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B병원 중환자실 환자 31명 중 23명에게서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을 확인했다.
CRE는 장 속 세균류 가운데 카바페넴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를 통틀어 이른다. 이번 CRE는 이전에 국내에서 보고된 적 없는 종류로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이다.
CPE는 CRE 중에서도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며 다른 균주에까지 내성을 전달하는 능력을 보유해 더욱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종류는 국내에서 확인된 적이 없고, 세계적으로도 최근 인도에서 균에 감염된 뒤 프랑스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유일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추적 결과, 국내 최초 균 감염자도 인도에서 작업 중 부상을 당해 현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3일 뒤 우리나라 A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B병원으로 전원한 경우였다. 최초 감염자가 머물렀던 A병원에서 3명의 'OXA-232' 타입 CPE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후 대대적으로 감염자의 병원간 이동에 따른 전파 여부를 조사하자 지난 1일까지 모두 13개병원, 63명의 환자로부터 균이 검출됐다. 보건당국은 이들을 격리하고 전파 차단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CRE와 같은 항생제내성균에 대한 감시체계를 현행 '표본감시'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보고해야하는 '전수감시' 방식으로 바꾸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병원내 대규모 유행 시 신속한 조사·전파 차단을 위한 '병원감염관리지침'을 보완하고 의료기관의 실행 여부를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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