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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마니아인 기자에게 '왜 자몽이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복잡한 맛 때문' 라고 대답할 것이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매번 색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기자가 되어 처음 해외 출장인 중국 '차이나조이'(7월 25~28일) 게임쇼는 바로 자몽맛이었다.</p> <p>'차이나조이'에 가기 전 수많은 사람들이 기자를 걱정했다. '차이나조이가 아니라 사우나조이다', '꼭 한 명은 식중독에 걸려서 돌아온다', '차라리 물 대신 콜라를 마셔라', '차이나조이를 이겨내면 어떤 게임쇼도 무난하게 클리어 가능하다'는 진심어린 충고 겸 겁(?)을 주었다.</p> <p>실제로 대부분 다 맞아떨어졌다. 상하이는 행사 기간 내내 연일 39도의 끈적끈적 푹푹 찌는 기록적 더위가 계속되었다. 장마 기간으로 평균 기온이 26도인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국은 참 서늘하고 건조한 나라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물을 2리터 가까이 마셔도 종일 화장실에 한 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땀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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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시민들은 이 찜통 더위에 익숙했다. 웃통을 훌렁훌렁 벗고 다니는 남성들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행사장 안에도 웃통을 벗어젖힌 사람이 종종 있다는 것. 따라서 사람이 많은 행사장 안에서 팔 같은 공공 부위(?)가 닿는 게 아니라 배나 허리 같은 은밀한 부위가 끈적끈적하게 닿아 기자를 민망하게 했다.</p> <p>다행히 식중독이나 장염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도착하자마자 언어가 통하지 않아 음흉한 택시 기사에게 사기를 당해 33위안의 거리를 280위안을 주고 오며 '대륙의 무서움'과 함께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p> <p>하지만 차이나조이는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2012년 한국 부산에서 열렸던 게임쇼 지스타(G-Star)에 서포터즈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래서 게임쇼 분위기를 약간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 자격으로 게임쇼를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차이나조이에서 자유롭게 전시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새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p> <p>더불어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게임'으로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도타2' 부스에서는 '헤어 스크래치' 이벤트가 열렸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관람객들은 길 잃은 외국인이라 생각했는지 '익스큐스미(Excuse me)'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경보라도 울린 듯 곤란한 표정으로 흩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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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앞에 등장한 남자에게 세계인의 공통어인 보디랭귀지로 '도타2! Good!'이라며 머리와 사진기를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남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쿨하게 알아듣고는 머리와 세트인 티셔츠가 잘 보이도록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었다.</p> <p>한국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해외 유명게임사 대표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호텔 라운지에서 기사를 쓰다 7억 다운로드의 신화를 달성한 '푸르트닌자(Fruit Ninja)'를 만든 하프브릭의 대표 '쉐니엘 데오'를 만났다. 친분이 있는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대표의 소개였다.
이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관람객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기는 것을 보며 괜히 뿌듯해져서 '엄마 미소'를 지으며 돌아다녔다. 우연히 부스와 전시장 야외에서 게임업계 관계자인 것 같은 한국인 관람객을 만날 때마다 느낀 동지애와 반가움도 차이나조이의 깨알 같은 재미였다.</p> <p>상하이에서의 4박 5일. 처음 경험한 차이나조이는 덥고, 끈적하고, 시끄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고, 재밌고, 설레며, 짜릿한 곳이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쉽고도 그립다'였다. 자몽의 매력이 새콤달콤 씁쓸한 맛이듯, 차이나조이 역시 이런 복잡한 매력이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사랑받는 건 아닐까?</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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