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高연봉 '논란'
은행원, 생산성 40% 추락할 때 연봉 20% 상승
평균 연봉 7840만원…부장급은 대부분 억대 받아
신입행원 4300만원선…기업 과장급 연봉 맞먹어
은행권의 고임금은 입행 때부터 시작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주요 은행 신입 행원의 초임은 4300만원에 달한다. 국내 1000대 기업 대졸 신입 초임 335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높다. 웬만한 기업의 과장급 연봉에 해당한다. 또 시중은행 부장급의 급여는 대부분 1억원이 넘는다.
반면 은행원들의 노동생산성은 다른 업종이나 외국보다 높지 않다. 벌어들이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월급은 많이 가져가는 기형적인 구조는 잘못된 인력 구조와 강성 노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치금융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임금 인상으로 직원들을 무마시켜 온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년간 생산성 37%↓·연봉 18%↑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비교해 지난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등 5개 주요 은행의 1인당 생산성(당기순이익/직원 수)은 37% 낮아졌다. 2007년 1억3156만원이던 1인당 생산성이 2012년엔 8310만원으로 추락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직원 평균 연봉은 6648만원에서 7818만원으로 18% 올랐다. 또 5개 은행의 직원 수도 총 6만5358명에서 6만9225명으로 6% 늘었다. 5년간 순익과 생산성은 대폭 쪼그라들었지만 연봉과 직원 수는 크게 증가한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등 5개 은행의 2007년 1인당 생산성은 각각 1억583만원, 1억2109만원, 1억7284만원, 1억4168만원, 1조8004만원이었다. 5년 후인 지난해엔 각각 6526만원, 9379만원, 1억1317만원, 6744만원, 7427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외환은행의 경우 5년간 생산성이 반 토막(-58.7%)났다.
생산성이 크게 줄면서 은행 직원 1인당 순익이 연봉은 엇비슷해졌다. 지난해 은행원 한 사람이 벌어들인 순익은 8310만원이지만 연봉으로 7818만원을 가져갔다. 순익의 94.1%가 직원 급여로 지출된 셈이다.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작년 말 기준 7840만원이다. 남자 직원만 따지면 1억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 상당수가 무기계약직 텔러 행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 직원의 연봉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외국 은행보다도 높아
은행 직원들의 고연봉은 대표 제조회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최근 5년간 1인당 생산성은 8627만원에서 2억49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직원 평균 연봉은 2007년 6020만원에서 지난해 6970만원으로 15.7% 올라 은행권보다 낮았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도 은행권 연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은행 평균 연봉은 7466만원으로 조선(7377만원) 통신(6320만원) 항공(6183만원)을 앞질러 대표적인 호황산업인 자동차(8046만원) 정유업(7883만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은행직원 평균 연봉은 7300만원으로 미국 은행 직원 평균 연봉(약 9000만원)의 81%다. 반면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미국의 67% 정도여서 은행원들의 상대적인 고임금이 잘 드러난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강성 노조 영향 커
전문가들은 은행 임직원 연봉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크게 높아진 이유로 은행마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꼽고 있다. 경기침체로 신규 인력 충원 비중이 줄면서 선임 직원들만 넘쳐나 전체 평균 임금이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의 40대 이상 직원 비율은 46.3%에 이른다. 은행에 ‘억대 연봉자’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성 노동조합의 영향으로 임금 체계를 비탄력적으로 운영해온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원들의 연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전면 점검에 착수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성과보상 체계를 재검토해 실적에 따른 보상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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