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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잇따른 '신흥국 위기 경고'…한국 증시에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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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총재 신흥국 금융위기 경고…위기설 점검과 선제 대비책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각종 위기설이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권시장의 새로운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차기 위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국제금융시장 안정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현직 IMF 총재가 경고한 것이라 과거에 제기된 위기설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차기 금융위기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6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후 금융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 금융감독 등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화제가 됐던 ‘JP모건 보고서’의 내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크게 화두가 됐던 이 보고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탐욕과 공포의 줄다리기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또 다른 거품이 형성되고, 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이 위기를 맞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차기 금융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내용이었다.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도 인간의 욕망이 도(度)를 넘어 탐욕 수준으로 변질하면 투자자들 사이에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돼 거품이 붕괴되면서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고 봤다.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다.

1980년대 이후 10년마다 반복된 금융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을 종합해 볼 때 차기 금융위기는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나온다. 신흥국에서 발생한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였다. 15년이 흐른 지금, 신흥국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져 가는 시장이 됐다.

6년 전 금융위기는 선진국에서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 등으로 풀린 돈이 유입되면서 신흥국 자산가격은 과도하게 올랐다. 또 선진국에서 위기가 발생한 탓에 금과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면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거품이 심하게 발생했다.

앞으로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미국 등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거품이 많이 끼었거나 수익이 발생한 기존 투자자산부터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당시 이들 금융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크게 저버린 경험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의외로 이 국면이 빨리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 선진국과 한국의 국채시장 등에서 이런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세계 경제 중심축을 담당해 왔던 브릭스(BRICs) 경제가 최근 들어 녹록지 않게 전개됨에 따라 ‘브릭스 추락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 6월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률은 가장 잘나갔던 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브릭스의 ‘대장’격인 중국 경제는 실물경기 둔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세 가지 커다란 현안에 봉착해 있다. 특히 감독권 범위에서 벗어난 모든 금융을 통칭하는 그림자 금융 규모가 워낙 커 이러다간 ‘중국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설도 확산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한국도 고질적인 위기설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금을 비롯한 귀금속값의 추세적인 하락이 ‘차기 금융위기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강세국면을 보였던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움직임은 중국 등 신흥국과 깊이 연계됐었다. 차기 금융위기 후보지로 오래전부터 신흥국 상품시장이 지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미국 달러화 가치 향방이 차기 상품위기 발생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처럼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회복될 경우 그 자체가 금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양적완화로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 유입됐던 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올 경우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근거다.

신흥국에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 지표로 파악해보면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당장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 이 지표는 단기 통화 방어 능력, 중·장기 위기 방어 능력에 해당하는 해외 자금조달과 국내 저축 능력, 자본 유출 가능성 등으로 특정국의 위기 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아직까지 신흥국과 상품시장 등에 낀 거품이 극에 달한 상황은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에 이를 때 나타나는 시장 모멘텀과 차입비율이 관찰되지 않는 것도 당장 신흥국과 상품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발(發) 위기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라가르드 총재의 이번 경고를 계기로 각종 위기설의 실체를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자는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최근 들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위기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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