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회복 기대…어떤 종목 뜰까
현대차·LG전자 등 자동차·IT株 전망 '맑음'
한세실업·영원무역 등 美 수출기업 기대 커져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24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미국의 경제 회복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1816억원과 121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2%, 112% 늘었다고 발표했다. 실적 개선의 원동력은 미국이었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에서 자회사 밥캣(DII)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데다 미국 주택경기와 투자 회복으로 굴삭기 판매가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 가운데 50% 이상은 미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대미 특수 시대 시작되나
미국 수혜주로 주목받는 종목들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전기차 셰일가스 등 미국에서 성장한 신산업들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 특수’ 대신 ‘미국 특수’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상당한 판매 실적을 보이며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업체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반기에는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도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는다. 백찬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가능성을 테슬라가 증명해 전기차 시장 기대가 커졌다”며 “국내 기업 다수가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의 핵심 협력 업체들이어서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개발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선박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와 LNG 보랭재(액화한 천연가스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생산하는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 등도 최근 주가가 올랐다.
증권업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성사될 경우 베트남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의 중장기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차(電·車) 군단 다시 주목할 때
국내 기업 가운데 미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직접 받을 종목은 자동차나 정보기술(IT) 관련주가 꼽힌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박영호 대표는 “하반기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악영향보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인한 기업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미국 소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자동차나 IT 관련주들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등이 박 대표가 추천하는 종목들이다.
초심 박영수 대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애플이 예상보다 높은 2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 호재가 되고 있는 데다 LG전자의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와우넷 전문가인 이성대 대표는 삼성전자와 화천기공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은 물론 시스템반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부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화천기공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다각도로 공작기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기공의 1분기 해외 매출 중에서 미국 등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24.2%에 달한다.
Moi 홍은주 대표는 미국 내 건자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LG하우시스 한샘 이건산업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홍 대표는 “LG하우시스는 국내 건자재 업체 가운데 미국 등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용 합판 제조업체인 이건산업도 최근 합판가격이 안정돼 있는 데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이 괄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미국 ETF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국내 증시의 미국 수혜주뿐 아니라 미국 주식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9000억원 이상이 순유출됐지만 미국 펀드에는 이달에만 5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전통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투자법은 미국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것이다. 주가지수, 산업,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에 처음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김용구 대신증권 상품컨설팅부장은 “경기 회복이 먼저 시작되고 있는 선진국 ETF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에 투자하거나 파생상품 성격을 가미한 상품도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셰일가스가 개발되면서 ‘파워셰어즈DB에너지펀드(DBE)’ 등 에너지 선물에 투자하는 ETF나 장비·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는 ‘SPDR S&P 석유천연가스 장비·서비스(XES)’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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