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쓰는 한국식 영어…외국인 오해부르는 이상한 용어
국가 이미지 위해 바로잡는게…
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콩글리시’는 흔히 영어 발음이나 문법을 한국식으로 잘못 사용한 표현을 말한다. 대학생들에게 콩글리시 때문에 낭패를 당한 경험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파이팅이었다. 문화센터에서 강습이 끝낼 때마다, 강사와 수강생들은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다들 손을 앞으로 내밀고 ‘파이팅!’을 외치곤 했는데, 외국인 수강생은 매번 주저하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 좋은 분위기에서도 왜 자꾸 ‘싸우자’라고 외쳐야 하는지를 반문했단다.
학생들이 제시한 콩글리시 중에 가장 많이 올라온 것은 ‘원샷’이었다. 본래 원샷은 위스키 같은 독주 한 잔을 주문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고, 한 번에 술을 다 들이켜라는 영어 표현은 ‘보텀스 업(bottoms up)’이다. 콩글리시의 원샷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강요된 음주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 즉 ‘한 방에 해치우다’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만들어 달가워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성에게 작업 거는 이야기를 하면서 ‘헌팅(hunting)’이라는 표현을 썼더니, 여자를 총이나 올가미로 짐승처럼 포획하는 것이냐고 농담했단다.
여학생들이 많이 내놓은 콩글리시로 ‘터치(touch)’가 있었다.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남편이 ‘아내의 외출에는 터치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한 외국인이 한국에서는 아내가 외출하면 때리기도 하느냐고 물었단다.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말이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때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외국인에게 ‘터치’는 상황에 따라 성적인 의미로 희롱을 의미하는데, 한국 여성들은 화장 볼터치 등 너무 개의치 않고 사용한다고 지적당했다고 했다.
가장 웃음을 유발했던 콩글리시는 ‘트레이닝 팬츠’였다. 운동복 바지를 트레이닝 팬츠라고 했더니 외국인은 우스워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더라고 했다. 트레이닝 팬츠는 ‘아기 용변 훈련용 팬티’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육아 용어로 ‘스킨십(skinship)’이 있는데, 언젠가 BBC에서 콩글리시 스킨십을 ‘친밀한 신체 접촉’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BBC는 다른 문화 언어들 속에서 영어가 계속 창조되며 진화하고 있다고 나름 긍정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는 가령 한국어가 다른 언어권으로 퍼져나갈 때 변형을 관찰하는 즐거움 같은 것이리라.
언어는 사용하는 시대나 사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어서, 콩글리시를 막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콩글리시는 언어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하지만 영어에 관한 한 단어나 문법이 틀렸다 싶으면 즉각 반응하는 한국인이 콩글리시에 관한 한 지나치게 관대한 부분이 있다. 특히 기쁨이나 격려를 표현하는 건배사나 구호는 그 나라와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표현들이 아닌가.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어로, 그것도 잘못 사용한 단어들로 떡칠하는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콩글리시의 긍정적인 기능은 인정하더라도, 한국인의 정서나 국가적인 이미지를 훼손하는 특정 콩글리시들은 학문과 정부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 어떨까.
필자의 마음에 걸리는 마지막 콩글리시로 ‘스펙(spec)’이 있다. 취업 준비생들의 이력과 능력을 총칭하는 이 단어는 국립국어원 자료집에도 들어 있고 방송이나 신문에도 널리 쓰이며, 심지어 필자도 신문 칼럼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 한데, 스펙은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의 구어로 상품이나 기계의 기술 설명서나 사양을 일컫기에 사람에게는 사용하는 않는 표현이란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있다고 했더니, 당연히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했단다.
사람의 자질이나 경력을 일컫는 표현은 퀄리피케이션(qualification)이기 때문이다. 아, 젊은 구직자들에게 주로 사용되는 이 스펙이라는 단어, 우리 젊은이들을 상품 취급하지 않을 바에야 시급히 고쳐야 할 콩글리시가 아닐까.
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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