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 번 'CEO 회동'…고혈압·당뇨 치료제 등 공동 마케팅
트윈스타·프라닥사, 점유율 단숨에 선두권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과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공동 마케팅’이 제약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함께 내놓은 고혈압치료제, 당뇨치료제, 항응고제 등 ‘대형’ 품목이 단숨에 해당 분야 선두권에 진입하며 시장을 뒤흔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마케팅 능력과 베링거인겔하임의 제품력 못지않게 언어·문화 장벽을 뛰어넘는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의기투합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단기간에 선두권 진입
유한양행과 베링거인겔하임이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이었다. 두 회사가 공동 마케팅을 펼친 제품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였다. 이 약이 나온 뒤 판매액이 계속 늘더니 지난 3월에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처방액 기준으로 월 67억원(6월)까지 매출이 늘었다.
유한양행의 영업능력에 감탄한 베링거인겔하임은 이후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와 항응고제 ‘프라닥사’ 등을 유한양행에 몰아주기 시작했다. 트라젠타는 ‘유한·베링거 동맹’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같은 계열의 의약품으로는 네 번째로 국내에 출시됐으나 나온지 불과 1년 만인 지난 6월 매출 36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MSD의 ‘자누비아’(월 처방액 38억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해 초 나온 프라닥사도 와파린 이후 60년 만에 처음 등장한 항응고제라는 장점을 앞세워 단숨에 해당 분야 1위 품목에 올랐다.
제약업계는 ‘최초 발매’가 아닌 의약품들이 단기간 내에 선두권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공격적인 영업이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큰 충격”이라며 “회사마다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국내 제약회사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 달성을 내부 목표로 잡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공동 마케팅은 유한양행의 매출 목표 달성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시너지 키우는 ‘CEO 회동’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과 더크 밴 니커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소주나 맥주 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두 회사의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두 회사 영업담당 임원들까지 총출동한 회식을 했다.
김 사장(65)은 니커크 사장보다 스무 살가량 많지만 두 사람 모두 ‘영업맨’ 출신이어서 그런지 통하는 점이 많고 대화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두 CEO의 단골 건배사는 ‘유한 베링거 파이팅’이다. 김성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홍보이사는 “공동으로 의약품을 파는 차원을 넘어 두 회사 수장이 자주 만나 공동의 목표를 만들고 공유하는 ‘동행의 리더십’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강점을 극대화한 전략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주요 종합병원을, 전국의 병·의원은 유한양행이 맡고 있다. 유한양행의 병·의원 영업력은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CDS에 따르면 영업·마케팅 활동을 평가하는 영업맨들의 병원 방문 건수는 유한양행이 지난 1분기 16만852건으로 2위 한미약품과 4000여건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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