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 웃지못할 사무실
김과장 : 이대리, 내 스마트폰이 버벅여
이대리 : 아이스크림샌드위치 깔렸죠?
꼭 페북을 하셔야겠어요?
페친 등록·사진올리기·댓글…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또 물어보는 부장님
"저 일 좀 하게 해주세요"
우선 간단한 테스트부터….
1. 클라우드(cloud)라는 영어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①구름 ②담배 ③정보기술(IT)기업
2. 애플파이, 바나나브레드, 아이스크림샌드위치의 공통점은?
①영어 ②먹을 것 ③스마트폰 운영체계
영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서, 아니면 애연가라서 1번 문제에 ①이나 ②를 먼저 선택했어도 ③이 왜 보기에 들어갔는지 알고 있다면 IT 트렌드의 ‘낙오자’는 아니다. 2번 문제도 마찬가지. ①과 ②가 오답은 아니지만 전 국민의 67%에 드는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③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③이 황당한 직장인들, IT 기기와 친하지 않아 김과장 이대리들을 울고 웃게 했던 ‘황당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모델이 다르면 충전기도 다르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정 대리는 평소 잘 찾지 않던 ‘까칠남’ 김 부장이 호출을 하자 가슴부터 졸였다. 면담 전부터 위축된 정 대리, ‘무슨 일이지’ 하며 김 부장 방으로 갔더니 대뜸 묻는 말. “자네 갤럭시노트2 쓰나?” 당황한 정 대리가 “아닙니다. 전 옵티머스G를 씁니다”라고 답하자, 부장은 “그래? 큰일이네”라며 나가보라고 했다.
옵티머스G를 쓰는 게 큰일인지 생각하며 용기를 내 “왜 그러십니까”라고 묻자 부장 왈, “아 얼마 전에 스마트폰을 샀는데 배터리가 떨어져 자네 휴대폰이 갤럭시노트2면 충전기를 좀 빌리려고 했네.” 부장은 스마트폰 기종마다 충전기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도망치듯 나온 정 대리, ‘내 충전기를 빌려드리면 되는데’라고 생각하며 다시 노크를 했지만 이미 김 부장은 전화기를 붙들고 다른 부하 직원을 호출하고 있었다.
B출판사 박 부장의 별명은 ‘마우스 박’이다. 회사에서 지급한 무선 마우스를 고장낸 박 부장은 유선 마우스를 급하게 사서 노트북컴퓨터 USB포트에 꽂았다. ‘새 드라이브를 설치한다’는 팝업이 뜨자 가만히 기다렸다. 마우스를 움직여도 화면에서 화살표가 움직이지 않자, 박 부장은 ‘무선 마우스처럼 충전을 해야 하는가 보다’고 생각하며 마우스 USB를 스마트폰 충전기 USB포트에 꽂아봤다. 변화가 없자 참다 못한 박 부장, 이 대리를 불러 한다는 말이 “충전을 해도 마우스에 불이 안 들어 오네?” 깜짝 놀란 이 대리가 부랴부랴 스마트폰 충전기에서 마우스 USB를 빼고 다시 노트북에 연결을 해봤지만, 박 부장의 신상 마우스는 고장이 난 뒤였다.
◆상사 대상 SNS 강의, “힘들어요”
둘이서 웃어넘길 에피소드 정도에 그치면 좋으련만, IT에 능숙한 젊은 직원에게 민폐를 주는 ‘IT맹’들도 곳곳에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강의도 젊은 직원들의 최신 ‘사역’ 목록에 올라가 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2년차 양 주임. 직속상관 백 부장이 페이스북(이하 페북)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스마트폰에 페북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준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페북에 재미를 붙인 백 부장은 ‘페북 친구’ 하자고 부하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쫙 돌리는가 하면, 모르는 사람들을 친구로 추가해놓고 알림이 오면 귀찮다고 짜증을 낸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최근엔 ‘사진 올리기’를 누른 뒤 스마트폰 앨범에서 사진을 클릭해야 페북에 사진이 올라가는 것도 모르고 “사진 올리기를 눌렀는데 스마트폰 앨범이 화면에 떴어. 개인적인 사진까지 전부 올라간 거 같아”라며 깜짝 놀라 자리로 달려오기도 했다. “방금 글을 쓰다 지웠는데 그게 올라갔어?”라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보는 백 부장에게 양 주임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장님, 저도 일 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 상반기 인사고과 책임지실 건가요?”
◆잘 모르면 안 건드리는 게 상책
대기업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강 대리는 새벽에 집에서 회사로 불려 나온 아픈 기억이 있다. 강 대리는 다음날 아침으로 예정된 임원 회의 때 부장이 발표할 자료를 만들다 밤 12시가 돼서야 퇴근했다. 1시간 걸려 집에 도착해 옷을 벗으려는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부장 이름이 떴다. “강 대리, 발표자료에 들어가는 엑셀 데이터가 이상해. 빨리 돌아와!” 알고 보니 엑셀 데이터를 오름차순으로 정렬해 놨는데 ‘엑셀 문외한’인 부장이 자료를 건드리다 데이터 순서가 모두 엇갈려버린 것. 회사 자료는 보안 때문에 외부로 보낼 수 없도록 돼 있다. 결국 강씨는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다시 집을 나와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중소기업 C사에 다니는 한 대리는 연말이 두렵다. 컴맹 상사들이 연말정산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 대리만 찾기 때문이다. 한 대리는 그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속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 귀찮기만 하다. 한두 명이면 참겠는데, 네다섯 명의 상사가 “여기도 좀 봐줘, 한 대리”하고 부르는 통에 소리를 ‘빽’ 지르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출력하고 일일이 입력해주고 나면 몇 시간이 꼬박 흐르기도 한다. 한 대리는 “연말정산 시즌이면 매뉴얼을 만들어 게시판에 붙여놔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의도치 않은 실수 때문에 ‘왕따’ 되기도
IT 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직장인들의 실수는 종종 ‘사고’가 되기도 한다. E사 최 대리는 최근 정부 수주 프로젝트에 입찰 제안서를 냈다가 황당한 이메일을 받았다. 1차 심사에 합격했으니 2차 요건을 갖춘 기획서를 내라는 내용인데, 문제는 ‘받는이’에 1차 합격 업체의 이메일이 다 노출된 것.
알고 보니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숨은 참조’가 아닌 ‘받는사람’에 이메일을 넣어 어느 업체 누구가 담당자인지 다 알려진 것. E사는 프로젝트에 입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입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전체의 눈총을 받았다. “제안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당분간 왕따 신세를 피할 수 없게 된 최 대리는 ‘컴맹’ 담당 공무원만 생각하면 가슴을 친다. “우리 업계, 끈끈하기로 유명한데….
주무관님, 떨어질 대로 떨어진 제 평판 어떻게 하실 건가요? 책임지세요!”
황정수/전설리/전예진/강경민/임현우/박한신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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