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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LG디스플레이 CFO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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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윤정현 기자
산업부
hit@hankyung.com



“중국 울트라 고화질(HD) TV 시장을 대만 경쟁사들에 상당 부분 넘겨줬다. 절실함이 부족했거나 시황 판단을 잘못한 결과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전략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뼈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36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비수기임에도 차별화한 제품이 선전하면서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뼈 아프게 반성’한 이유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고도 ‘시장 선도’를 못하고 있는 울트라HD TV 때문이다.

울트라HD는 기존 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84인치 울트라HD 패널을 양산했다. 2000만원이 넘는 TV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대만 업체들은 55인치대의 저가형 울트라HD TV를 발빠르게 내놓으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올 1분기 기준 울트라HD 패널 시장 점유율에선 이노룩스, AUO 등 대만 회사 점유율이 80% 이상이다. 정 부사장은 “저가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중국 시장이 대만 경쟁사들 차지가 됐다”며 “기술 방식이나 공정 특성으로 봐도 훨씬 우월한 입장에서 게임할 수 있었는데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화질과 크기 경쟁을 하면서 ‘최초’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사이, 발빠르게 보급형 중심으로 방향을 튼 대만 패널업체들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도 높였다. 대만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에 주도권을 내줬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도 늦었다. 하지만 시장 흐름을 읽고 전략적인 포트폴리오로 울트라HD TV의 초기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아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프리미엄 전략이 중요하지만, 이 전략이 항상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소니의 실패에서 보듯 기술 선도가 곧 시장 선도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정 부사장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기회는 있다”고 했다. 기술을 앞세우다 시장을 놓치는 잘못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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