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은 올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경영전략 해법을 모색하는 데 올인할 계획이다. 전방위 기업 사정과 경제민주화 흐름 등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을 방침. SK CJ 한화 등 총수가 구속된 그룹들 역시 휴가는 엄두도 못낸 채 비상경영을 이어간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총수들 대부분은 공식 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경영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휴가 계획이 있는 경우도 대부분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수 기업이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조사나 수사를 받고 있어 수시로 보고를 받아야 하는 총수들로선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여름 해외에 머물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휴가계획은 없지만 경영 구상을 하는 틈틈이 지인과 만나고 독서도 하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일본으로 출국한 뒤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을 방문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있다. 해외에 있지만 주요 경영 현안은 수시로 오가는 수뇌부를 통해 직접 챙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은 지난 16일 전용기 편으로 일본에 가 업무보고를 하고 돌아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아직 공식 휴가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 현대·기아차 공장이 일제히 조업을 중단하는 7월29일∼8월2일이 임원들의 휴가 기간이지만 정 회장이 이때 쉴지는 불투명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따로 휴가를 간 적이 별로 없고, 공장이 쉴 때도 하루 이틀 쉬다 나와 일하기도 한다"며 "만약 쉰다면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글로벌 시장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한 만큼 이와 관련한 경영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특별한 휴가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7월 말∼8월 초 한주 정도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독서와 경영 구상을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평소 강조해온 시장선도를 위한 사업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9일부터 8월 초까지 일주일간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 회장은 24∼27일 전경련 하계포럼 일정을 소화한 뒤 한 주간 쉬며 부진한 계열사 위기탈출 해법 등 하반기 경영 구상을 검토할 전망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해 여름휴가를 따로 내지 않고 경영전략 짜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2009년 취임 후 두 해만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정 회장은 반납한 휴가 기간 동안 포항·광양제철소와 해외 생산현장을 직접 돌아볼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공식적으로 휴가 일정을 잡기가 다소 부담스럽다. 예년처럼 가족들이 있는 일본에 다녀오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할지, 국내에 머물며 현 상황을 챙길지는 불분명하다. 별도로 휴가를 내지 않았던 신격호 총괄회장도 예년처럼 롯데호텔에 머물며 수시로 경영 현안을 보고받으며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가 구속돼 있는 그룹들은 마음이 더 바쁘다. 비상경영체제 하 임원들 대부분이 휴가를 반납한 채 여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항소심 공판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있어 휴가를 내기 어렵다. 다만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며 임직원 휴가는 적극 독려하고 있다.
CJ그룹 5인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인 손경식 회장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그룹 주요경영 현안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 역시 특별한 휴가계획 없이 그룹 현장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 비스마야 건설현장과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태양광 사업장을 돌아볼 예정이다.
항공사를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여름철이 성수기인 만큼 여름휴가를 떠나기 힘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휴가 낼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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