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뒷전 … 다른 사업 몰두
'외도'하다 상장폐지 되기도
‘정보기술(IT) 기업이 고속도로에서 호두과자를 판다.’
IT 업계의 불황 속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IT 관련 코스닥 상장사가 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커피 수입판매, 과일 포장재 생산 등 분야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본업보다 다른 사업에 몰두하다 회사가 기운 예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인 위즈정보기술은 지난해 매출 103억원 가운데 약 90억원을 호두과자 우동 판매 등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과 주유소 사업을 통해 벌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IT 사업부문을 축소하고 미래형 사업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형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IT 서비스 제공업체인 큐로컴은 계열사를 통해 백신 및 커피사업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에이즈백신 개발업체인 스마젠과 일리카페코리아 큐로에프앤비 등 2곳의 커피 관련 업체를 주요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연결매출 182억원 중 56%가 커피 체인점 및 커피 수입판매에서 나왔다. 지난 11일 결정한 140억원어치 주주배정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46억원을 에이즈백신 개발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큐로컴 핵심 관계사인 캐주얼브랜드 업체 지엔코도 백신 및 커피사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던 오상자이엘은 과일포장재와 미생물비료 자원재활용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올 1분기 영업이익 중 IT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그친 데 비해 과수포장재 미생물비료 등 사업부문의 비중은 19%였다.
하지만 IT사업을 하다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면서 회사 사정이 악화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다.
최근까지 소액주주들과 전 경영진 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뉴젠비아이티(옛 신화정보시스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05년 주식교환 형태로 뉴젠팜 주식 99%를 인수하며 사명을 바꾸고 바이오 회사로 변신을 꾀했으나 2009년 초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같은해 9월 상장폐지됐다.
쓰리디넷 역시 횡령 배임 분식회계 등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2010년 9월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영업손실이 누적돼 자본잠식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절감사업 등 신사업을 전방위로 펼친 게 화근이 됐다.
코스모스피엘씨는 자원개발 수입차판매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됐고, 퓨쳐인포넷은 교육사업에 뛰어든 직후 적자전환한 데 이어 2년반 만에 상장폐지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단기차입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않은 코스닥 기업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할 때는 유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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