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이슈가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최근 시장의 눈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16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2일에는 EFSF 재정 출연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내렸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될 만한 이슈였다. 유로존 관련 이슈는 2010년을 전후해 올해 초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큰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럽 증시를 제외한 국내외 시장에서는 아무런 영향 없이 지나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재정위기국인 포르투갈에서는 제1야당인 사회당이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며 그리스에서는 공무원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이슈의 영향력이 급감한 배경에 대해 유로존의 재정위기 문제가 큰 틀에서 해결 수순을 밟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와 달리 구제안 마련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전면적으로 확산될 위험은 낮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강화가 진행되면서 유로존의 안정망이 체계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문제가 남아있지만 급한 불이었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큰 그림들이 순차적으로 마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ECB가 성명서를 통해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등 통화정책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정책 변화 외에도 영구적 기금(ESM)을 통한 구제기금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로존 재무장관회?에서 '단일감독기구'에 이은'단일청산기구' 지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배경이 됐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가장 큰 문제였던 게 구제안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해결안들도 마련되는 등 구제안들이 일단은 큰 무리없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존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임 연구원은 "유로존은 내각제 국가들이 많은 탓에 연정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9월에도 독일 총선이 있기 때문에 단기 잡음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유로존 이슈가 증시의 긍정적인 동력(모멘텀)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급한 불은 껐어도 유로존의 경기침체 문제가 남아 있다"며 "그동안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벗어났을 뿐 경제여건이 긍정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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