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공기질 측정해 지도 그려…대기오염 정도 '한눈에'
가장 큰 오염원은 자동차
측정장치 소형화 계획…4D 대기오염 지도 목표
“집을 옮길 때 사람들은 집값, 교통, 주변 학교 등을 꼼꼼히 따집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하나 빼놓고 있어요. 바로 공기의 질입니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복지연구단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공기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수준을 말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자기가 사는 집 근처의 공기가 깨끗한지 더러운지까지는 알려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형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 시스템’으로 대기오염 지도를 그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동형은 자동차에 장치를 달아 도로를 달리면서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오염지도,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돼야
서울에는 대기오염 측정소가 구마다 하나씩 25곳이 있다. 하지만 학교나 주민센터 안에 있어 대기오염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배 단장은 “서울에 있던 공장들이 지방이나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지금 가장 큰 오염원은 자동차 배기가스”라며 “대기오염 측정시스템으로는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오염이 얼마나 심한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는 별도로 도로변 대기오염 측정소가 15군데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4월 도로변 대기오염 측정소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KIST 환경복지연구단은 이에 직접 돌아다니면서 대기오염을 측정하기로 한 것이다. 스타렉스 승합차를 3000만~4000만원을 들여 개조한 뒤 여기에 6억원어치에 달하는 장비를 달았다.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블랙카본 등 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단은 이 승합차를 타고 서울 도로를 달리면서 대기오염 지도를 그렸다.
그는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은 기준치를 크게 웃돌 정도로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대기오염지도는 눈에 안 보이는 대기오염의 정도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경각심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차가 정지했다 출발하는 교차로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했다.
배 단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도로에서 165m 이내에는 학교를 새로 짓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기오염지도를 통해 앞으로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는 단위 체중당 먹고 마시고 숨쉬는 대사량이 성인보다 50% 이상 크지만 신경·호흡·생식기관은 아직 발달 중이어서 환경오염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운전할 땐 창문 닫는 게 좋아
집을 구할 때는 교차로를 피하고 도로에서 150m 이상 떨어진 곳이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도로에서 150m가량인 곳에서는 오염물질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강이 보이는 집을 선호하지만 그 앞으로 지나가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상당하다”며 “이런 집에서는 아침에 환기를 시킨다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고 말했다. 실내 공기를 잘 환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의 상황에 따라 창문을 열 때와 닫을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변에 도로가 있다면 출퇴근 시간에는 창문을 닫아놓는 것이 좋다.
차를 타고 운전할 때도 가능하면 창문을 닫아두는 게 좋다고 한다. 그는 “측정 결과에 따르면 운전 중 창문을 열어두는 것은 터널에서 창문을 열어두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로 된 터널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도로 위에는 오염물질들이 공기중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앞으로 측정장치를 소형화해 가방에 넣어두고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의 대기오염을 측정하거나, 풍선을 띄워 수직으로 오염물질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도 그려낼 계획이다.
배 단장은 “궁극적으로 시간에 따라 대기오염이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보여줄 수 있는 4D 대기오염 지도를 그리는 것이 목표”라며 “그때가 되면 교통체증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듯 대기오염지도를 보면서 집을 구하거나 정책을 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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