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상반기 순익 6년來 최대
구조조정 통한 비용절감 효과
실익 없고 규제만 강화 '울상'
미국 금융사들의 실적 호전세가 완연하다. 미국 5대 금융사 중 가장 고전했던 씨티그룹이 15일(현지시간) 반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은행원들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다. 보너스 인상 등 실익은 없는 가운데 실적 호전을 계기로 각종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돼서다.
이날 씨티그룹은 2분기 42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1분기와 합한 상반기 순이익은 80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주당 순이익은 1.25달러로 시장 예측치인 1.18달러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순이익 증가는 경쟁력 강화가 아닌 구조조정을 통해 이뤄졌다. 순이익은 늘었지만 자산이 131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것이 단적인 예다. 바젤Ⅲ에 따른 은행 유동성 규제 방안에 맞추기 위해 주식영업 부문인 스미스바니 지분을 모건스탠리에 47억달러에 매각하면서 자산은 줄고 수익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마이클 콜뱃 최고경영자(CEO)도 조직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직후 1만1000명을 정리해고한 데 이어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 법인들도 대폭 정리했다. 덕분에 올 한 해 9억달러의 영업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별 사업에서는 올해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등에 업고 주식영업과 소매금융 부문에서 수익이 28% 늘었다.
JP모건도 올 한 해 25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은행들의 수익은 늘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에 막혀 과거처럼 배당을 늘리거나 보너스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FT는 “은행들의 허약한 체력을 핑계 삼아 유보됐던 규제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은 유동성 및 위험자산 비율과 관련된 보다 강화된 규정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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