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페트병 제조업체 설립
최나연은 안전한 부동산에 투자
프로골퍼들의 부업 활동이 활발하다. 대회를 뛰면서 벌어들인 ‘코스 내 수입’을 자본금 삼아 ‘코스 밖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최근 프로골프대회 우승상금이 대부분 1억원을 넘어가면서 단번에 목돈을 쥔 선수의 부모들이 투자처를 찾아 돈을 굴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투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스크린골프방 창업이다. 선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골프 관련 업종인 데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창업을 계획하는 골퍼가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에 오른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왕 이보미(25·정관장)는 11일 수원 영통구 이의동에서 990㎡(약 300)평 규모의 스크린골프방을 열었다. 골프존의 최신 시뮬레이터인 ‘비전’ 10대를 설치하는 등 분양대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합쳐 4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보미는 골프존과 3년간 서브스폰서 후원 계약까지 마쳐 ‘골프존 홍보대사’가 됐다.
○유소연, 안신애 스크린골프방 창업 성공
이보미가 스크린골프방에 뛰어든 이유는 동료 선수들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다. 미국 LPGA에서 뛰고 있는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러빙유 골프존’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3개의 스크린골프방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11월 신설동에서 첫 번째 스크린골프방 영업을 시작한 뒤 2010년 3월 봉천점에 이어 지난해 4월 청담동에 세 번째 스크린골프방을 열었다. 운영은 유소연의 부모가 하고 있다.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1월 논현동에 ‘오너스 스크린’이라는 스크린골프방을 열어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보미는 “유소연이 세 개의 스크린골프방을 운영하면서 잘 된다고 하고 안신애도 최근 공간을 늘리는 등 모두 성공해서 나도 전 재산을 털어넣게 됐다”며 “평소 스크린골프를 자주 즐기는데 골프에도 도움이 돼 사업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부업도 ‘부익부 빈익빈’
투어를 뛰는 선수들은 대회 경비, 레슨비 등을 감안했을 때 연간 1억원 정도는 벌어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지난해 KLPGA투어의 경우 상금으로 1억원을 넘긴 선수는 33명이었고 남자는 1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별도의 수입원 창출을 위해 부업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투잡을 하는 선수는 상금 수입이 높은 톱랭커들이 대부분이어서 부업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하위권 선수들은 돈이 들지 않는 레슨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게 전부다.
스크린골프방은 방 하나를 기준으로 기계값과 인테리어 비용을 합쳐 70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보미가 오픈한 수원 스크린골프방은 총 10개의 방에 기계값과 인테리어 비용으로 13억원이 들어갔고 나머지 27억원은 분양대금이었다. 골프존의 한 관계자는 “스크린골프방을 창업해 투자 금액을 모두 되찾는 시기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2~4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페트병 회사 대주주
박인비는 작은 아버지와 공동 투자해 4년 전 페트병을 만드는 ‘KIB’라는 회사를 대구에 차렸다. 당시 투어 활동을 통해 번 상금 30억원을 쏟아부었다. 박인비가 5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경영은 작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전담하고 있다. 아버지 박건규 씨(51)는 가업을 이어받아 페트용기 포장재(필름)를 제작하는 ‘유래코’를 운영하고 있어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박씨는 “인비가 세계랭킹 1위가 된 뒤 단골 고객들이 더욱 믿음을 갖고 일을 맡겨줘 회사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안전하게 부동산에 투자한다. 2년 전 서울 청담동에 5층짜리 상가 빌딩을 31억원에 구입했다. 동탄 신도시에 있는 대우 푸르지오 타운하우스(대지 396.7㎡)는 13억2900만원짜리다. 여기에 미국 올랜도에 두 채의 집을 갖고 있다. 최나연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는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나연의 부친 최병호 씨는 “딸의 은퇴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모두 최나연 이름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신지애(25·미래에셋)는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사업을 꿈꾸고 있다. 신지애는 식당 사업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올 때마다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연예인 홍석천 씨를 찾아가 다양한 조언을 듣고 있다. 한때 홍씨와 공동 투자해 식당 운영을 검토하기도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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