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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데스크] '이집트 사태'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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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국제부장 leejc@hankyung.com


이집트의 첫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1년 만에 쫓겨났다. 무함마드 무르시는 이집트 역사상 처음으로 공정선거를 통해 취임한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제 도입 이후 60년간 대통령 자리는 항상 군부 차지였다. 무르시 축출로 이집트는 다시 ‘군부 세상’으로 돌아갔다.

무르시가 단초를 제공했다. 그는 생활필수품과 연료 부족 등 심각한 민생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미루고 이슬람율법에 의한 통치로 요악되는 ‘파라오헌법’을 밀어붙였다.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며 독재를 답습했다.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민심은 등을 돌렸다.

군부 쿠데타의 명분은 ‘국민’이었다. 무르시의 퇴장은 1년 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과정과 판박이다.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자 군부가 나서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주의 실종은 가려지고

두 번 다 ‘광장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30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나, 독재를 끝내고 출범한 민주 정권을 무너뜨린 것 모두가 광장의 힘에서 나왔다는 건 역설적이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좌절에 빠진 이집트 국민에겐 개념도 모호한 민주주의보다는 빵과 희생양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일각에선 군부가 집권하기 위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민주적 쿠데타’라는 주장도 있지만, 포장이야 어떻든 민주주의의 후퇴와 다름없다.

한번 맛을 보면 쉽게 놓을 수 없는 게 권력이다. ‘권력은 아편’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정권을 무너뜨린 터다. 언제든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민들은 광장으로 뛰쳐 나올 것이다. 시위의 주체만 바뀔 뿐이다. 광장의 시위대는 이제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또 다른 권력으로 부상했다. 정권의 안정성은 사라졌다.

무르시 축출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다. 당장 무르시 추종자들은 ‘강력한 투쟁’을 선언했다. 무르시가 속한 무슬림형제단 지지세력이 전 국민의 30%에 달한다고 외신은 전한다. 타흐리르 광장은 반(反)무르시 시위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무르시를 쫓아낸 만큼 광장의 다음 주인은 친(親)무르시 세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이 광장을 점거하고 전국에서 시위를 하면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시위 저변에 자리한 포퓰리즘

이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새로운 정권은 광장(시위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게 교훈이다. 포퓰리즘은 거기서 싹튼다. 아니 반정부 시위의 밑바닥엔 이미 포퓰리즘이 자리하고 있었다. 의식이 깨인 중산층이 늘면서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불만 표출의 결과물이 글로벌 시위 확산이다.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각기 다른 불만을 가진 시위자들이 반정부라는 거대 구호 아래 모인 게 이집트와 터키, 브라질의 대규모 시위다.

30년을 기다렸던 민주 정권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년이었다. 그만큼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1년 만에 좌초된 이집트 민주주의의 빈자리를 포퓰리즘이 채운다면 민주주의는 더 멀어질 것이다.

스스로 뽑은 대통령을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권좌에서 몰아낸 군부, 국기를 흔들며 이를 환호하는 다수의 국민들, 반발하는 반대세력, ‘쿠데타’라는 표현을 아끼며 눈치를 보는 국제사회. 이집트 사태는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재창 국제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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