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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115>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과 잠재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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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여의고 홀로 아들을 키워야 했던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맹자와 함께 공동묘지 근처에서 기거했다. 그곳에서 놀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맹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장례를 치르는 것인지라 이를 흉내 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를 본 맹자의 어머니는 묘지 근처가 자식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시장 근처로 이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맹자는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 흉내를 내기 일쑤였고, 그럴수록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이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서당 근처에 새집을 얻었다. 그제야 맹자는 제사를 모시거나 예를 행하는 모습을 흉내 내기 시작했고 남는 시간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보냈다. 마음이 놓인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이야말로 자식을 키우기에 마땅한 곳이구나” 하였다.

이상은 중국 한나라 시대 유향이 쓴 ‘열녀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맹모삼천지교’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교육에 있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한편,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열녀전에는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일화가 담겨 있는데, ‘맹모단기’의 사자성어가 바로 그것이다.

장성한 맹자는 출가해 멀리서 유학을 했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생활에 지친 맹자는 기별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오기에 이른다. 뜻하지 않은 아들의 귀향에 맹자의 어머니는 반가우면서도 공부가 염려돼 다음과 같이 물었다. ‘공부는 다 마치고 돌아온 것이더냐.’ 맹자가 대답하기를 ‘아니옵니다. 어머님이 보고파 뵈러 왔습니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맹자의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를 끊으며 나무라기 시작했다. ‘공부를 중도에 그치는 것은 짜고 있던 베를 끊는 것과 같다. 학문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맹모단기 못잖은 한국 교육열

짜고 있던 베를 끊었다는 의미의 맹모단기는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이었을까? 맹자는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으며, 그가 설파한 왕도정치는 백성의 삶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민주주의 이념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자녀를 공부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열정은 비단 맹자 어머니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시공을 초월해 항상 존재했던 것이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열정이고, 특히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은 맹자 어머니를 능가하면 능가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동네에 가보면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한 사람들이 발에 차일 정도로 수두룩하다. 또한 자식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끊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부모들이다. 유향이 한국 부모들의 열정을 알았더라면 열녀전의 등장인물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우리 사회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사회문화적 유산임에 틀림없다. 특히 한국이 처한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새 성장동력 발굴 시급
최근 급속한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한국 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성장률 전망기관들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현재 3%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머지않아 2%대로 떨어지고 2030년 이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성장률마저 하락하면 그토록 바라는 선진국 진입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둬야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을까?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 기술혁신으로 대변되는 생산성의 증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역시 이러한 요인들의 뒷받침을 통해 오늘의 번영을 맞이하고 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이후에는 자본 중심의 중화학공업을 통해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동력 투입과 투자가 둔화하면서 성장이 저하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들 생산요소를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급속한 고령화와 고착화하고 있는 저출산으로 노동은 향후 성장에 있어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경제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자본을 통한 성장 역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하락세에 놓인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증가가 선결해야 할 숙제로 다가온 것이다.

기술혁신… 인적자본 양성 필수

기술혁신이란 종래의 생산방식을 개량해 발전시키거나 이전보다 나은 새로운 생산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하던 모내기를 기계가 하고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해 제품을 조립하는 것이 좋은 예다. 즉, 같은 생산요소로 더 많이 생산하거나 동일한 산출량을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해 생산하거나 더 빨리 생산하게 만드는 것이 기술혁신인 셈이다. 기술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생산요소와는 달리 수확체감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토지나 기계와 같은 자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노동의 투입량만 늘어나면 생산요소의 추가 투입에 의한 생산의 증가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토지나 자본이 증가해도 노동 투입이 동일하면 생산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과정의 단축과 같은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생산요소의 추가 투입 없이도 한계생산량은 증가할 수 있다. 즉, 기술혁신을 통하면 수확체증이 일어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혁신이 저절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술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의 중심이 되는 인적자본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교육이 국가 경제의 측면에서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양성하면 기술혁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지속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교육열도 지나치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최근 나타난 국제중학교의 입시부정 사건이나 SAT 취소 사태만 봐도 이는 분명해 보인다.

즉, 과열되고 비뚤어진 교육열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회문제화돼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맹모삼천지교와 맹모단기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맹자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이사를 하고 베를 끊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의 성적을 올리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를 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위해 베를 끊은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경제 용어 풀이

▨ 잠재성장률 (potential growth rate)

한 국가의 경제가 동원 가능한 모든 생산요소를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률을 말한다. 물가를 상승시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로, 잠재성장률이 5%라면 물가상승 없이는 5%를 초과해 성장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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