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인사 250여명 참석
“눈을 바로 하고, 국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대형 모니터에선 성곡(省谷) 김성곤 선생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숙연하게 선생의 뜻을 되새겼다.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쌍용그룹의 창업주이자 1970년대 개발시대 정·재계에서 활동하며 국가발전을 이끌었던 성곡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1913년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난 성곡 선생은 보성전문(현 고려대)을 나와 삼공합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사업가로 나섰다. 1962년 쌍용그룹의 모태가 되는 쌍용양회를 세우며 시멘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양통신, 연합신문 등을 경영하는 등 언론인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철승 헌정원로회 의장 등 원로 정치인들과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등 각계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선생의 장남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차남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삼남 김석동 전 쌍용투자증권 회장 등 유족들이 손님을 맞았다.
참석자들은 평소 고인이 자주 했다는 ‘별일 없제’란 말로 서로에게 인사했다. 이만섭 전 의장은 “타계한 지 벌써 38년이 흘렀지만 생생하게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이 전 의장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미움을 사 정치생명이 끝나고 죽을 뻔했다”며 “성곡 선생이 대통령에게 직접 ‘이만섭이를 없애면 국민투표를 못합니다’라고 말해 목숨을 부지했다”고 회고했다.
고인의 장남인 김 전 회장은 “선친과 함께 나라 발전에 주춧돌이 되셨던 분들을 뵙게 돼 반갑다”며 “선친과의 삶을 단지 기억 속에 남기는 게 아니라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애써달라”고 말했다.
박기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고인이 즐겨 불렀다는 최희준 씨의 ‘하숙생’과 팝송 ‘오마이파파’를 불렀다. 고인이 이사장을 지냈던 국민대는 지난달 26일 고인의 어록 ‘일하자 더욱 일하자 한없이 일하자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란 고인의 어록을 담은 비석을 세웠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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