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산림청 등에 공사수주 청탁 혐의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4일 검찰에 출석했다. 원 전 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 이후 두 번째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원 전 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은색 K5 차량을 타고 정장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국정원 관계자로 보이는 경호원과 변호사를 대동한 그는 “1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맞느냐”는 질문에 “아, 네”라고 의미없는 답변만 남긴 채 바로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구속)로부터 억대의 현금과 골프채 등 고가의 선물을 받고 그 대가로 황보건설이 여러 관급·대형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해 왔다. 특수1부는 최근 황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발주하는 공사 수주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원 전 원장에게 억대의 현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에 취임한 2009년 이후 수천만원씩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1억50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황보건설이 홈플러스의 인천 연수원 설립 기초공사와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 원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앞서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산림청을 압수수색하고 이승한 홈플러스 총괄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이날 밤 늦게까지 조사한 뒤 일단 귀가시켰다.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소환 여부와 신병 처리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대가성 있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만간 원 전 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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