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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전력난, 요금인상 정공법으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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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보다 싼 요금에 수요 폭증…님비·포퓰리즘은 설비증설 막아
전력산업도 시장체제에 맡겨야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



2011년 9월15일 순환정전 이후 겨울과 여름이면 어김없는 전력위기다. 올여름에는 예기치 못한 원자력 발전소 안전문제까지 돌출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동안 과로한 발전소와 송배전망에 사고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을 것이다. 건설 중인 발전소 다수가 완공되는 2014년까지는 새로 투입될 발전기가 전혀 없다. 그때까지의 위기대책은 전력소비를 공급 가능 범위 이내로 통제하는 것뿐이다.

갑자기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경우 한국전력은 대형 소비자에 잠시 단전을 요구하고 조업 단축에 따른 피해는 돈으로 보상해준다. 발전설비가 기본적으로는 충분한 가운데 수요가 돌발적으로 폭증할 때 대처하는 이 방식을 수요관리라고 한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관리 규모가 크지 않으며 단기간이기 때문에 보상금액도 경미하다. 또 수요를 항구적으로 줄이지도 못하므로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다.

요금 인상을 기피한 정부는 9·15 단전 이후 위기 때마다 미봉책인 수요관리로 대처해왔다. 그런데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가 오래 가면 수요관리는 상습화할 수밖에 없고 보상액도 감당 못하게 커진다. 작년 한 해 동안 지급된 보상금만 무려 4000억원을 넘었다. 그런데도 전력 초과수요는 여전하고 이제는 더 이상의 수요관리도 어려운지라 올여름에는 결국 순환단전을 감수해야 하는 모양이다. 만약 처음부터 요금 인상의 정공법으로 초과수요를 원천 해소했다면 문제를 진작 해결했을 것이다.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많다. 오염이 심한 석탄 발전은 줄이고 원자력 발전의 안전기준은 강화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와 송배전망의 지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내가 쓸 전기는 항상 들어와야 하지만 내 집 주변에 발전소나 송전선이 들어선다면 결사반대다. 이러니 발송전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금은 매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요구들은 하나같이 전력 공급비용을 크게 늘리는 것들이지만 전기요금 인상에는 대다수 국민이 반대한다. 돈 더 드는 일만 요구하면서 나는 못 내겠다는 것인데 표만 의식하는 정부는 우물쭈물 요금 인상을 미적거린다. 그러나 요금 인상이 시기를 놓치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사실 우리의 전기요금은 지난 10여년간 너무 낮았다. 전기는 가스나 디젤유를 태워 얻으므로 당연히 가스나 디젤보다 더 비싸야 한다. 그런데 가스냉방보다 전기냉방이 더 싸고 디젤엔진 크레인보다 전기 크레인이 더 쌀 정도로 전기요금은 낮게 유지됐다. 가스와 디젤을 쓰던 사람들이 다투어 전기를 쓰는 웃지 못할 사태가 나타나면서 전력소비는 수요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다. 현재의 전력 부족은 전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이 유발한 것이다.

나라살림의 규모가 커지면 전력소비도 늘어나고 공급설비는 당연히 이 소비 증가를 감당하도록 늘어야 한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아서 발생한 수요 증가는 정상적 수요 증가가 아니고 요금 인상으로 해소해야 하는 비정상적 수요다. 그렇게 하지 않고 늘어난 만큼 맞춰 공급을 늘린다면 오히려 비난받아 마땅하다. 수요를 줄여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전력난이 2~3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요금 인상을 애써 외면하면서 대형 소비자의 단전을 권유하고 보상해주는 전통적 수요관리에만 의존해왔다. 싼 요금이 비정상적 수요 증가를 그대로 조장했기 때문에 수요관리의 규모만 커졌다. 지난 2년 동안 전기요금만 정상화했더라도 비정상적 수요는 스스로 소멸하고 전력난도 원천적으로 해결됐을 것이다.

민주국가의 정부는 인기 없는 공공요금의 인상을 결단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치권이 전기요금을 책임져야 하는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전력난 재발의 위험은 상존한다. 만약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예정대로 진행됐더라면 2009년부터는 전기가 모자라면 요금이 오르고 남아돌면 내리는 시장체제가 시작했을 터이다. 요금이 원가에도 미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9·15 단전사태도 일어날 리 없었다.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할 목적으로 시작된 구조개편을 표류시킨 것이 2004년 배전분할 중단이다. 돌이켜보면 배전분할 중단이 현 전력난의 시작이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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