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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포럼] 1913년 vs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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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100년 전 세상을 다룬 ‘1913년’이란 책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 찰스 에머슨은 이 해를 모던한 ‘현대’의 출발점으로 보고 2013년과 닮은 점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1913년의 시작은 3월4일 우드로 윌슨(1856~1924)이 미국 2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에서 시작한다. 이날 취임식을 보러 미국 전역에서 30만명의 청중이 운집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남북전쟁 이후 첫 남부출신 대통령이었던 윌슨은 ‘신자유(new freedom)’를 외치며 미국인들의 정신과 자긍심을 일깨우려 했다. 시대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다. 전통적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개입주의로 전환하려는 흔적도 나타났다.

현대사회 기틀은 대량생산 체제

당장 19세기 말 일어났던 기술 혁명과 산업 발전의 가시적인 혜택이 나타나던 터다. 베를린과 뉴욕을 잇는 해저케이블이 가설되고 전화선이 연결됐다. 새로운 증기선은 미국과 유럽의 거리를 훨씬 단축시켰다. 1870년부터 늘어난 세계 교역량은 특히 1913년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과의 무역도 급증했다. 이 해의 세계 교역규모는 1970년이 돼서야 따라잡을 정도였다. 전례없이 글로벌화된 지구촌이었다.

산업에서도 기존 제조과정을 뒤엎는 근본적 혁신이 나타났다. 포드자동차가 컨베이어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1913년이었다. 대량생산 체제는 제조 원가를 절감시켜 생산 혁명을 일으켰다. 2100달러에 판매되던 자동차는 825달러까지 낮아졌다. 대량생산 시스템은 급속히 세계로 전파됐고 대량 소비로 이어졌다. 대중소비 사회라는 말이 공식화되기 시작했다. 18세기부터 서서히 진척돼 가던 각국의 도시화도 가속도가 붙었다. 너도나도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인들의 걸음걸이는 빨라졌으며 서서 상대방과 말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으로 변했다. 각국은 아시아에 눈을 돌렸으며 중국의 독립에 주목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설립됐다. 1907년 금융 버블에 따른 공황을 경험했던 터다. 윌슨은 취임하자마자 이전 대통령이 꺼렸던 화폐 금융 정책에 손을 댔다. 버블 붕괴로 인해 은행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 글로벌 체제와 대량생산, 도시화, 금융체제의 확립 등은 세계를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었다.

시대정신을 묻는 시대

지금 2013년은 이런 현대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에 눈을 돌린다. 이것이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을 만들고 대중 사회를 해체시킨다는 것이다. 참여 공유 개방을 내세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탈(脫)현대’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21세기에 걸맞은 시대정신이나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100년 역사의 Fed가 헬리콥터로 돈을 뿌렸다가 쓸어담는 모습만 눈에 띈다. 100년 전 모습과 흡사하다. 세계 각국이 동북아를 주목하는 것도 똑같으며 제조업이 생산 혁신을 가져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각국 지도자들이 변화와 혁신을 구호로 내세우지만 국민을 유혹하는 표(票)퓰리즘으로만 해석되는 형국이다. 후세의 사가(史家)들은 2013년을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땀흘리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대가를 얻는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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