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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RP· 해외 하이일드채권 매력 여전…주가지수 크게 떨어져 ELD 등 가입 고려해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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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채권·주식·펀드 없나

채권투자'그래도 해볼만'
흥국멀티플레이 펀드 연 4.59%…브라질 등 신흥국채권은 주춤

주식은 때를 기다려라
중국 경기 둔화할 가능성…브릭스 투자펀드는 재검토를




작년 가을부터 몇 달간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국고채 30년물 투자 바람이 일었다. 30년 장기채권이 인기를 끄는 것을 두고 ‘불황형 투자’라거나, 한국의 장기성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투자자가 늘었다는 식의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채권투자가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매매 권유가 성행했고, 저금리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몰려든 것이 진짜 이유에 가까웠다.

불과 8개월여 만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이 영향을 줬다. 무조건 돈을 풀어 ‘헬리콥터 벤(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뜻에서)’이라고 불렸던 그가 달라진다면, 전 세계 국가의 중앙은행들 전략에도 수정이 예상된다. 돈풀기 시절이 끝나면 금리 인하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채권가격 상승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벌써부터 30년 만기 국고채 투자자들 가운데 원금을 까먹었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30년 만기 국고채 듀레이션은 약 19.3년이다. 듀레이션은 채권 이자를 받아서 투자된 원금이 어느 정도 지나야 회수되는지를 뜻하는 말이다. 만약 10월 초에 이 채권을 산 사람이 지난달 28일 국채금리가 연 3.68%에 이를 때까지 이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 기간 0.74%포인트(74bp) 채권금리가 오른 만큼(채권가격 하락) 대략 14%가량(19.3년×0.74%포인트)을 손해 봤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장부상 손실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중간에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손실을 보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만큼 ‘단기간 수익을 보고 파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채권투자 전략

그러나 채권투자의 시대가 벌써 저물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시장 변동성이 만만치 않다. 30년 만기 국고채뿐 아니라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온통 죽을 쒔다는 이야기뿐이다. 30년 만기 국고채의 개인투자 비중은 40%에서 4%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서도 아직 채권투자로 돈을 벌 기회가 남아 있다고 조언한다. 금리가 뚝뚝 떨어지던 시절처럼 연 10% 이상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예금금리보다 약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정도라면 여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채권형 펀드 가운데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들도 아직 남아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인 ‘흥국멀티플레이’의 연 수익률은 4.59%다. 지난 5월 말부터 이어진 채권금리 상승기에서도 3개월 수익률이 0.52%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해외 채권형펀드 가운데는 JP모건 단기하이일드펀드(A)가 6개월 수익률 1.67%, 1년 수익률 6.48%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재간접형)의 6개월 수익률은 -0.11%, 1년 수익률은 8.16%였다.

채권투자는 반드시 기준금리나 국채금리 움직임대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일부 회사채는 국고채와의 금리차(스프레드)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 하이일드채권펀드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들이 많이 편입돼 있어 부도 리스크가 그다지 높지 않고, 경기 회복으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여지가 있다.

만기가 짧은 고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과 일부 우량기업 회사채 등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은행예금 등에 비해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달러 등 현지 통화로 발행한 채권(한국계 외화채권, KP)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여전하다. 우리은행이 2009년에 발행한 달러표시 후순위 채권 등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동안 인기를 누렸던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채권의 인기는 종전에 비하면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가 되고, 신흥국에 쏠렸던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흘러가면서 통화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아무리 채권을 통해 금리를 높게 받는다 하더라도 환헤지를 100% 하지 않았다면 통화가치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게 마련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 4월에 비해 10% 가까이 떨어졌다.

○주식·펀드 투자전략

떨어진 것은 채권값만이 아니다. 주식가격도 최근 상당폭 하락했다. 2010~2011년 지속됐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가 끝났다. 강세였던 조선·철강업종도 꺾였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에 물린 주식을 아무리 들여다봐야 답이 없다. 지금은 값이 떨어진 좋은 주식을 사뒀다가 때를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말까지 국내 시황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순매수세가 다시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코스피는 1800~2100선을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하반기에 미국은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하고, 유럽시장은 회복 추세를 보이겠지만 중국 경기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현호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주식시장 환경은 과거 일본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며 “금융자산 비중이 증가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펀드 등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펀드가 있다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3월 출범한 시진핑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커진 중국 경제 내의 거품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중국의 지금까지의 성장률을 보면 한 번쯤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무조건 신흥국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그간의 확신을 원점에서 다시 따져보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주가가 과거에 비해 상당폭 하락했기 때문에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ELD 상품은 대개 가입시점 대비 만기시점 주가를 비교해 상승률에 따라 이자율을 달리 지급하는데, 만기 시점에 지금보다는 주가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따라가는 상품에 투자하는 전략도 있다. 저변동성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등은 주가 급등락이 심할 때 투자 매력이 있다.

○“출구전략까지 아직 시간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언급하더라도 이는 완전히 출구전략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며, 아직 시장의 흐름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출구전략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버냉키 의장은 ‘현재의 초저금리는 실업률 6.5% 위에서 유지된다’고 했다”며 “6.5%도 한계점일 뿐 트리거는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실업률이 6.5%보다 낮아진다 해도 금리를 당장 올린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양적완화가 축소돼도 유동성 공급은 지속되고, 양적완화를 종료해도 출구는 멀었다”며 “출구까지는 최소 2년이나 남은 만큼 출구전략에 대한 걱정은 내년 하반기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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