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20년 성취는 기적…경제민주화 폭주 속에 성공 否定
경제 파괴로 가는 것은 필연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삼성그룹의 신경영 20년을 맞아 삼성이 어떻게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섰는지, 앞으로 지속가능한 경영 과제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조망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초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의 깃발을 올린 뒤 2개월 동안 350시간에 걸쳐 생존을 위한 혁신론과 삼성 경영의 강령을 쉼없이 쏟아냈다.
이제 경영학적 관점에서 그 신경영은 ‘삼성 웨이(Samsung Way)’로 정리된다. 한 기업이 특유의 경영방식으로 오래도록 뛰어난 성과를 거둔 새로운 이정표(里程標)를 세웠다는 의미다. 삼성은 기존 경영이론에서 양립이 불가능해 보였던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이룬 ‘패러독스(逆說) 경영’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대규모 조직인데도 강력한 오너십의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고, 다각화와 전문화를 함께 달성했으며, 가족적 일본 경영과 합리성이 강조되는 미국 경영의 시너지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삼성의 성공은 21세기 기업 역사상 가장 손꼽히는 위대한 경영성과”라고까지 말했다. 그런 찬사가 지나친 것도 아니다. 20년 전 미국과 일본 양판점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처박힌 싸구려 TV나 만들던 3류 기업 삼성은 당시 넘볼 수조차 없었던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의 30년 전자왕국을 무너뜨리고, 난공불락의 노키아와 혁신의 상징 애플을 제친 정보기술(IT)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20년 동안 그룹 매출을 29조원에서 380조원으로 13배, 세전 이익은 8000억원에서 38조원으로 47배, 총자산은 41조원에서 543조원으로 13배나 키웠다. 삼성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매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른다. 순위에 들지도 못했던 글로벌 100대 브랜드 가운데 9위에 오른 신화(神話)적 성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경이로운 성공이 이제는 오히려 신화를 스스로 파괴하는 족쇄로 작용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오늘 우리 사회 한쪽에서 삼성은 해체되어야 할 재벌 1순위이다. 삼성은 돈의 힘으로 한국의 입법과 행정·사법 영역에까지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절대 권력’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삼성에 의해 지배된다. 삼성은 쥐꼬리만한 총수 지분으로 거대 기업의 독재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황제경영’을 통해 국민이 이뤄낸 경제적 성취를 독식한다. 경제력 집중, 불공정 거래를 통한 중소기업 수탈과 그로 인한 갑을 관계의 부조리 심화, 노조 부정(否定)의 노동자 착취 경영, 기업의 사유화, 편법 상속과 증여…. 그러한 악(惡)의 근원인 삼성을 무너뜨려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식이다.
신화는 무너지고 ‘삼성공화국’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선동적 궤변만 있다. 힘없는 중소기업이 삼성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맺으면서 ‘삼성동물원’에 갇힌다는 왜곡도 빠지지 않는다. 실은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어떻게든 삼성의 협력업체로 편입되기 위해 애를 쓰고 대학생들에게 삼성은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다. 자기 기만적 모순이다.
삼성만 한국 경제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63년 전 북한의 남침으로 경제 기반이 모조리 파괴된 폐허 위에서 오늘날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 기적을 달성하고,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60달러 남짓했던 최빈국을 지금 2만2000달러가 넘는 세계 14위 경제대국으로 키워낸 것은 수없이 많은 신화들의 축적이었다. 이병철과 정주영이라는 걸출한 선구자를 비롯해 창의적 도전정신의 수많은 기업가들이 함께 쌓아올린 성과인 것이다. 지금 창조경제니 뭐니 하지만, 사실 그들이야말로 이미 오래전 그동안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을 개척해 기업을 일구고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에 불을 붙임으로써 국부를 창조해낸 주역들이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룩한 그 소중한 신화들을 어리석게 우리 스스로 부수고 있는 것이다. 창의와 혁신, 도전적 기업가 정신의 성취는 약탈과 불공정, 부도덕의 산물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공학이 낳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폭주(暴走) 속에 성공을 부정하고 지탄하는 목소리만 정당한 선(善)이 되면서 기업가 정신에 온갖 올가미가 씌워지는 현실이다. 경제가 무력해지고 파괴되는 길로 가는 것은 필연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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