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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표백제 분유에 하수구 식용유까지 '먹거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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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멜라민 파동 5년…여전히 불안한 중국

중국산 불신 늪 빠져 침체…외국 제품이 시장 80% 점령…유럽·홍콩서 분유 싹쓸이
분유업계 M&A로 위기탈출…리커창 총리 "의약품 수준 관리"



“오늘은 맞선을 보는 날입니다”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식품안전 선전 회의에서 왕리밍 공업정보화부 소비품공업국장은 회의에 참석한 전국 127개 분유업체 간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 터놓고 연애를 하고 다음에 혼인을 한다면 우리(정부)는 정말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연애와 혼인은 다름 아닌 인수합병(M&A)을 말한다.

중국의 분유업계는 2008년 멜라민 파동 이후 시장을 외국업체에 내줬다. 고급 분유시장의 외국 업체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해외까지 나가 분유 싹쓸이 쇼핑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철저한 품질관리와 함께 M&A 등을 통해 업체를 대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대놓고 분유업체들에 담판을 통해 대형화를 실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9일 중국 최대 우유업체인 멍뉴가 분유업체인 야스리를 인수한 것이 분유업계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신 자초해 시장 몰락

18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있는 월마트 매장. 분유를 판매하는 곳에 가보니 전시된 제품의 3분의 2가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등 외국 제품이었다. 제품의 겉 표지마다 ‘100% 외국산’이라는 글이 크게 적혀 있었다.

토종 브랜드 1위인 이리(伊利)의 분유 가격은 900g에 최고 186위안이었지만 네슬레 등 외국 제품 가격은 250~300위안이나 했다. 이 매장 종업원에게 어느 제품이 좋냐고 묻자 “중국산 분유는 믿을 수 없어 값이 싸다”며 “유럽 제품이 좋고 싱가포르 제품도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중국 분유가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2008년부터다. 그해 산루라는 업체의 분유를 먹은 어린이 6명이 죽고 30만명이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유에 포함된 공업용 화학 제품 멜라민 때문이었다.

멜라민 파동 이후 중국의 분유산업은 더욱 더 불신의 늪으로 빠져 들어갔다. 2009년에 대두증을 유발하는 분유가 다시 등장했고 2010년에는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분유가 적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1년에는 피혁 분유가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피혁 분유는 낡은 가죽 구두 등 폐기 처리된 가죽 제품이나 동물의 모피 장기 등에서 단백질을 뽑아내 만든 제품이었다. 이 분유에는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이는 크롬산칼륨 등 각종 화학 제품과 표백제가 들어 있었다. 2012년에는 영유아 분유에서 수은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모두 중국 업체 제품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분유산업은 2008년 이후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의 분유사업은 고속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17.4%나 된다. 그러나 2008~2012년의 연평균 성장률은 1.29%에 불과하다. 중국산 분유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외국산 분유는 2008년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30%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50%를 넘어섰다. 특히 고가 분유시장은 외국산이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분유시장에서는 미드존슨(시장점유율 12.3%) 듀멕스(11.7%) 와이어스(11.0%) 등 외국 브랜드가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중국 내 분유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는 중국인들의 해외 분유 삭쓸이 쇼핑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분유 가격이 해외에 비해 최소 30% 이상 비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인들의 사재기가 지속되자 홍콩은 최근 관광객 한 사람이 하루에 가지고 출국할 수 있는 분유량을 최근 2캔 분량인 1.8㎏으로 제한했다. 중국 정부는 또 해외에서 중국으로 분유를 배송할 경우 한도를 5㎏으로 제한했다.

○“분유, 의약품처럼 관리 ”

리커창 총리는 최근 분유를 의약품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약품의 감독관리 방식을 적용해 엄격한 분유 품질 관리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리 총리의 이런 방침에 따라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은 21일 분유의 위탁생산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분유업체는 자체적으로 농장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127개의 분유업체 중 농장을 보유한 곳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분유업체 간 M&A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분유 제품에 전자 관리 번호를 부여해 문제 발생 시 이를 역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통 과정에서의 법규 위반 등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에 분유를 수출하는 해외 업체에 대한 품질검사도 강화하고 이들이 원료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수입원료’로 만들었다며 정체불명의 분유를 유통시키는 일부 업체들의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3~5년 내에 분유업체를 통폐합해 매출 20억위안이 넘는 기업 10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신 127개의 분유업체 중 3분의 2는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멍뉴의 야스리 인수를 시작으로 보고 있다. 멍뉴는 16억달러에 야스리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분유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10%에 이르는 선두 기업으로 도약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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