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아빠는 철수 아빠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적게 낼까? 왜 S회사는 K회사보다 채권을 발행할 때 높은 금리를 보장해줘야 할까? 왜 한국의 신용등급은 북한보다 높을까? 이런 신용등급은 누가, 어떻게 매길까? 신용시대에 신용등급에 대한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로 얘기되는 신용평가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개인, 기업, 국가(정부)로 나눠보는 게 좋다. 신용에 따라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금융 등 경제비용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는 점에서 신용은 요즘 곧 돈이자 비용이다.
#개인신용 금가게하는 연체
개인은 은행은 물론 나이스신용평가정보(나이스)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를 받는다.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예외없이 정해진 날짜에 갚으면 신용 100%의 사회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떼먹는 사람도 있고, 늦게 갚는 사람도 있고, 제때 갚는 사람도 있다. 이런 탓에 금융회사와 기관들은 금융소비자들의 신용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신용이 좋은 사람에겐 적은 비용(이자)을, 나쁜 사람에겐 많은 비용을 물게 해 궁극적으로 높은 신용을 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신용은 10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적용기준은 평가하는 측에 따라 다소 다르다. 우선 나이스는 연체 여부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둔다. 과거에 빚을 잘 갚지 않은 경력이 있다면 미래에도 연체할 수 있다는 경험칙을 중시하는 것.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3%나 된다. 연체 금액, 연체 기간, 연체 횟수가 핵심 평가대상이다. KCB는 25%에 불과하다. 반면 KCB는 부채에 가장 높은 35%의 가중치를 둔다. 23%인 나이스보다 훨씬 높다.
두 회사는 은행보다 카드사,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을 나쁘게 본다. 신용형태를 기준으로 한 평가다. 나이스는 여기에 25.8%, KCB는 24% 비중을 둔다. 꾸준한 거래기간도 각각 10.9%, 16%씩 적용한다. 1등급이 되려면 나이스는 1000점 만점에 950점, KCB는 9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나이스가 평가한 국민평균 점수는 778점이라고 하니 재미있다.
나이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신용평가 대상자 4174만명 중 1등급과 2등급이 각각 630만명으로 같았다. 3등급 421만명, 4등급 617만명, 5등급 820만명, 6등급 477만명, 7등급 225만명, 8등급 171만명, 9등급 138만명, 10등급 45만명이다. 은행들은 두 평가회사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활용한다. 하지만 위험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 은행 속성상 평가회사가 준 신용등급보다 짜게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신용은 투자유치 잣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신용 정도를 보고 투자한다. 외국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도, 자금조달을 위해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사주는 기준도 신용등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실적, 성장성, 재무제표, 채무상태, 담보여력 등이 주요 평가대상이다.
기업신용도 10개 등급으로 돼 있다. AAA, AA, A, BBB, BB, B, CCC, CC, C, D가 그것이다. D는 채무지급 불능상태를 말한다. 기업평가는 모든 금융상 채무에 대한 전반적인 채무상환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기업은 덩치가 크고 위험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가가 세 가지로 이뤄진다. 본평가, 정기평가, 수시평가가 그것이다. 본평가는 기업이 평가를 의뢰했을 때 실시하는 평가며, 정기평가는 확정된 등급을 유효 기간 내에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며, 수시평가는 기존등급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거나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실시된다. 기업신용등급 유효기간은 확정일로부터 1년이다. 채권만기일이 유효만기일인 경우도 있다.
해당 회사의 등급 방향성을 나타내는 등급전망도 있다.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 유동적(developing) 등이 있다. 가끔 뉴스에 보면 이런 표현을 볼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
국가신용평가로 알려져 있는 정부신용평가(sovereign rating)는 국제 경제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아졌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정부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기준이다. 국가 부채가 지나치게 많으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국가에 대한 평가는 굉장한 평가기술과 광범위한 정보수집 능력 등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S&P, 무디스, 피치라고 하는 글로벌 평가회사들이 평가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주요 평가항목에는 경제구조, 성장성, 제도 효율성, 노동시장, 사회안정성, 금융시장 효율성, 금융건전성, 정부부채 수준, 재정수지, 보유 외화 정도가 포함된다.
물론 한국의 나이스 평가회사도 독자적으로 여러 국가의 신용평가를 서비스한다. 2011년 4월 6개국을 시작으로 지금은 말레이시아, 태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슬로베니아, 페루, 아르헨티나,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폴란드, 카자흐스탄을 평가한다. 국가 신용등급이 높으면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대외적으로 하는 모든 금융거래 비용이 낮아질 뿐 아니라 그 순풍이 국내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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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정보가 '크레딧 뷰로(CB)' 통해 모아진다고?
개인신용정보 평가의 중요성이 2003년 수면 위로 나타났다. 당시 신용카드가 남발되고, 신용카드를 도깨비 방망이인양 사용하면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부터다. 크레딧 뷰로(Credit Bureau)라는 게 등장하는 배경이다. CB는 은행이란 단어와 마찬가지로 개인신용평가를 하는 업무를 지칭한다. 돈을 빌려 주는 곳이 은행이듯이 CB가 개인정보 수집을 담당했다. 나이스와 KCB가 그런 업을 하는 회사다. 이들은 은행 등 금융사, 통신 및 유통업체,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통합DB에 모아진다. 각종 데이터는 정제되고 가공돼 개인별로 신용리포트가 작성된다. 이후 신용등급이 매겨지고 이 정보는 서비스제공 계약을 맺은 은행 등 금융사와 통신 및 유통업체, 개인에게 다시 제공된다. 이 정보 제공에는 부정적인 것, 긍정적인 것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엔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이 CB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CB를 공유한 금융사들은 개인 고객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부실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개인정보 관리로 인해 개인파산도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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